산업은행장 시절 지인 업체 두 곳에
검찰, 자택 등 압수수색…수사 본격화
강만수(71)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대우조선해양을 통해 업체 두 곳에 일감을 제공하거나 투자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대우조선과 산업은행의 유착 비리를 정조준함에 따라 정ㆍ관계 로비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일 강 전 회장의 서울 대치동 자택과 그가 운영하는 P투자자문회사의 서울 사무실, D경제연구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대구의 건설업체 W사와 전남 고흥의 바이오 관련업체 B사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이들 장소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개인일지, 경영자료와 각종 계약서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구속 기소된 남상태(66), 고재호(61) 전 대우조선 사장의 경영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강 전 회장이 대우조선 측에 W사와 B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투자하도록 지시한 단서를 확보했다. 강 전 회장은 남상태, 고재호 전 사장의 재직 시절인 2011년 3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을 지냈다.
검찰이 이날 압수수색한 W사는 강 전 회장 종친이 운영하는 회사로 대우조선해양건설로부터 부산 명지엘크루솔마레 아파트(3억원)와 충남 아산 엘크루 아파트(14억원) 등 수십억 원대 공사를 하도급 받았다. 검찰은 W사의 매출ㆍ매입 현황과 주주 내역 등을 분석해 대우조선과의 연관성을 이미 확인했다.
바이오 에탄올 사업체인 B사는 2011년 대우조선해양 및 대우조선의 자회사 부산국제물류(BIDC)가 각각 5억원씩 지분 투자하는 등 대우조선 계열사들로부터 수십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검찰은 당시 B사가 재무상황이 좋지 않아 외부투자를 받기 힘들었던 만큼 대우조선의 지분투자 과정에 강 전 회장의 입김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은 결국 지난해 B사에 대한 투자금 전액을 손실 처리했다. 강 전 행장의 지인들이 주요 주주를 구성하고 있는 이 회사는 남상태ㆍ고재호 전 사장 재임 기간 중 대우조선으로부터 수십억 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두 회사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치는 대로 강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들 회사가 대우조선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대가로 강 전 회장 측에 금품을 건넸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강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을 지내는 등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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