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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재인 케어’ 방향 맞지만, 속도 조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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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재인 케어’ 방향 맞지만, 속도 조절 필요하다

입력
2017.12.11 19: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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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 3만명(주최 측 주장)이 10일 서울도심에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 철회를 요구했다. 문재인 케어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용ㆍ성형을 제외한 사실상의 모든 의료행위에 건강보험을 적용, 현재 63.4%인 건보 보장률을 2022년까지 70%로 끌어올리자는 게 핵심이다. 초음파ㆍ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의 검사와 각종 수술비, 치과 재료 등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3,800여 비급여 항목을 모두 급여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재정 확보 방안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2013년 원격의료ㆍ영리병원 허용을 반대하는 전국의사궐기대회 이후 4년 만이다.

문재인 케어는 국민 건강권 보장과 의료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우리 국민의 의료비 본인 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9.6%)의 2배 가까운 36.8%에 달한다. 건보 보장률이 OECD 평균(80%)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간 상당수 의사들이 무분별한 검사 등 과잉진료와 비급여 진료 유도로 수익을 챙겨 온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국가중증질환으로 지정되지 못한 중병에 걸리면 비급여 덫에 걸려 집안이 풍비박산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렇다고 건강보험이 적정수가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의료계 불만을 완전히 외면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책정한 진료수가가 턱없이 낮아 그간 비급여 진료로 적자를 보전했는데, 비급여 항목이 사라지면 병ㆍ의원 도산 등 경영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게 의사들의 한결 같은 우려다. 의료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특수한 영역이다. 정부가 직접 진료수가를 통제하는 이유겠지만,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결국 의료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온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면서 적정수가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고 두 가지를 병행하는 묘책을 찾기는 불가능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 고령화로 지금 수준의 보장률만 유지해도 건보재정이 언제 파탄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힘으로 문재인 케어를 밀어붙이기보다 시간을 갖고 적정수가 및 재원 마련 방안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민 설득에도 나서야 한다. 적게 내고 혜택을 더 받는 건보 구조를 혈세로 계속 충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협상 문을 열어 놓은 만큼 의협도 집단행동보다는 대화에 치중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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