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주한미군 배치가 대북제재 공조체제를 흔들면서 북중 관계 개선 움직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미일 3국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사드 배치가 중국에겐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다시 부각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과 북한 모두 관계 개선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핵 문제에 대한 입장 차와 중국의 국제적 위신 등으로 인해 단계적이고 내밀한 방법으로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북중우호조약 체결 55주년을 맞아 중국과 북한이 최고 지도자간 축전을 교환하면서도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은 것도 돌다리 두드리기 식 접근법으로 풀이된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축전에서 “중조 친선은 쌍방의 공동의 귀중한 재부”라며 “두 나라 사이의 전통적인 친선협조관계를 끊임없이 공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국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앞서 5월 북한 노동당 7차 대회와, 지난달 말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북한에 축전을 보내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던졌다. 중국이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를 이행하면서도 북한과 소통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신호였다. 이를 두고 북한의 핵 야욕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중국의 이중적 시각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많았다.
이처럼 북한을 ‘전략적 부담’이자 ‘전략적 자산’이란 상반된 시각이 공존하는 중국에서 사드 배치는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북한 가치를 더욱 높였다는 분석이 상당하다. 실제 중국 내에선 관영매체들을 중심으로 북중 관계 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저장대학 한국연구소 리둔추(李敦球) 연구원은 11일 환구시보에 기고한 글에서 “(사드 배치는)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위해 중러와의 전략적 대항을 서슴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이에 맞서서 북중 관계의 전면적 개선 등을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유엔 결의를 번번히 무시하는 북한을 공개적으로 끌어안기엔 명분이 약해 관계 개선에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핵 경제 병진 노선을 고집하는 것도 한반도 비핵화를 천명하는 중국에겐 걸림돌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중국이 신형대국을 자임하는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북한과 좋은 관계를 과시하기는 어렵다”며 “사회 문화적 교류를 점차 늘리고, 정치적으로는 물밑 교류를 통해 북중 관계를 진전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9~10월 북한 정권 수립일(9월 9일)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일(10월 1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등 굵직한 정치 행사가 이어져 이를 계기로 상호 교류를 확대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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