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참모 불러 티타임
직원 500명과 일일이 인사
출발 20분 만에 사저 도착
서청원 등 친박 인사 대거 마중
집 들어가 참았던 눈물 쏟아내
“화장 다 지워져 볼에 자국”
박근혜 전 대통령은 12일 청와대를 떠나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그의 표정은 4년 전 청와대로 향하기 전 환한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다. 지지자들을 뒤로 한 채 사저로 들어가서는 오열했다고 한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한 불복 메시지까지 남긴 그의 웃음과 눈물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6시30분 한광옥 비서실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들을 관저로 불러 작별 티타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경제나 외교안보, 복지 등의 분야에서 좋은 정책을 많이 추진했는데 조금 더 잘 마무리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말을 남겼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간간이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목이 메서 말을 잇지 못한 상황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자리에서 헌재의 탄핵 결정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녹지원을 들러 배웅 나온 비서실과 경호실 직원 500여명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당초 저녁 6시30분 청와대를 떠날 예정이었지만 참모들과 작별인사가 길어지며 7시16분 승용차에 탑승해 청와대를 떠났다. 그를 태운 승용차는 독립문과 서울역, 삼각지, 반포대교, 영동대로를 지나 출발 20분 만인 7시36분 삼성동 사저 앞에 도착했다. 사저 앞에는 허태열 이병기 이원종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자유한국당 서청원 김진태 윤상현 민경욱 의원 등 친박계 인사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러나 사저에 도착한 뒤 표정이 180도 바뀌었다. 특유의 환한 표정이었다. 친박좌장인 서청원 의원 등 측근들에게 “힘이 돼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한 뒤, 그는 신속하게 사저로 들어갔다. 사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800여명의 지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연신 외쳤고, 일부 지지자들은 오열했다.
그러나 측근들과 인사를 마치고 사저로 들어간 박 전 대통령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받아 적기 위해 사저로 따라 들어갔던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민경욱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 얼굴) 화장이 다 지워져서 볼에 눈물 자국이 나 있었다”며 “그런데도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셨다”고 전했다. 사저에 놓인 침대 매트리스는 비닐이 채 뜯겨지지도 않은 상태였고, 가구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민 의원은 덧붙여 설명했다.
청와대를 물러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이날 낮까지만 해도 청와대 관계자들은 13일쯤에나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이동할 것으로 추측했다. 이날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이날 중으로 청와대 칩거를 풀고 삼성동으로 물러날 것이라는 일부 보도가 나왔지만 청와대는 가타부타 확인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기까지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야 홍보수석실은 “거의 확정적”이라고 취재진에게 알려왔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물러나는 이날까지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소개해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는 헌재의 선고가 내려진 10일 본관에 게양된 봉황기를 철거했지만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에서 대통령은 12일 박근혜로 명시돼 있다. 특히 대통령 코너에는 ‘제18대 대통령 박근혜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인사말과 각종 사진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하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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