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악화되면 ‘수면장애’ 발생… 정확한 진단ㆍ치료 필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2개월 째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다. 다리가 불편해서다. 아프다고 말할 순 없지만 잠만 잘라고 하면 다리를 움직이고 싶다. 이물감도 심하다. 하지정맥류인 것 같아서 치료를 받았는데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척추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어제는 척추전문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었다. 도대체 무슨 병일까. 잠 좀 푹 잤으면 소원이 없겠다.
최근 병원에서 하지불안증후군 진단을 받은 이모(45ㆍ여)씨의 사연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주로 누워 있거나 앉아 있는 등 휴식 중에 다리에 근질거리는 이상감각과 초조함을 느껴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증상으로 많은 이들이 하지정맥류, 말초신경장애, 척추관협착증 등으로 오인해 치료에 애를 먹는 질환이다.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면증 치료를 해도 효과를 보지 못한 이들 중 하지불안증후군 환자가 많다”면서 “잠이 들기 전 지속적으로 하지 쪽에 이상감각 또는 통증이 발생하면 반드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하지불안증후군이 발생하는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의들은 철분부족을 주 원인을 꼽는다. 마효일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여성의 경우 빈혈이 있거나 임신, 수유, 생리 등으로 철분이 손실되면 하지불안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도 연관성이 있다. 구용서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에 철분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하지불안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전적 요인도 작용한다. 이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10%정도는 유전적 영향으로 발생한다”면서 “가족력이 있으면 젊은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고, 증상도 심하다”고 말했다.
여성에게 흔한 질환이지만 남성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전문의들은 “콩팥 기능이 좋지 않거나, 간 기능이 떨어지면 걸릴 수 있다”면서 “당뇨병 환자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철분을 공급하거나, 도파민 제제를 투여하는 등 약물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마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은 수면장애를 유발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이라면서 “지속적으로 다리가 불편해 잠을 이루지 못할 경우 족욕, 마사지 등에 의존하지 말고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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