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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의 제5원소] 봉황알과 상서로운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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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의 제5원소] 봉황알과 상서로운 날씨

입력
2015.12.0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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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세상을 떠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역이 화제였다.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과 함께 ‘봉황의 두 날개’에 해당하며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명당자리라고 한다. 이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역에서 터파기 작업 도중에 알 모양의 돌덩이가 7개 발견되었다. 이른바 ‘봉황알’이 나온 셈이니 풍수지리학상 길조라고 한다.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고인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으나, 언론에서는 모두 상서로운 징조라는 장례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일제히 보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이 엄수된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 전 대통령 묘역에 25일 발견된 커다란 알 모양의 돌덩이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이 엄수된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 전 대통령 묘역에 25일 발견된 커다란 알 모양의 돌덩이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개인적으로 나는 풍수나 여타 초자연적인 현상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과학 연구를 업으로 삼다 보니 과연 그런 현상들을 어디까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에 더 초점을 두게 된다. 전직 대통령의 묘역에서 알을 닮은 돌덩이가 7개 나왔다고 해서 그게 왜 길한 징조인지, 길하다는 것의 과학적인 정의가 무엇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한 개인이 자신과 가족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풍수를 믿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니지만, 적어도 국가장으로 치르는 전직 대통령의 장례와 관련된 언론 보도라면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지도자의 상서로운 기운에 기댄 경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였다. 한 언론에서는 흔치 않은 자연현상을 상서로운 기운으로 여기는 일이 많다며, 박 대통령이 체류하는 동안 베이징에 드물게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시원함과 상쾌함을 선사했다고 썼다. 방중 셋째 날 방문한 시안에서는 오랜만에 청명한 하늘이 열려, 날씨까지 상서로운 기운으로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도왔다고 한다. 같은 해 11월 박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또 다른 일간지는 “朴대통령, 버킹엄궁 들어서자 비 그치고 햇빛 쨍쨍”이라는 기사를 냈다. 올해 극심한 가뭄과 늦가을 장마를 겪고 있는 조국의 현실과는 무척 대비된다.

상서로운 날씨까지 도와준 탓인지 2013년 당시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이었다. 그 해 1분기 점유율 7위였던 샤오미는 2014년 2분기에 삼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015년 2분기 기준으로 삼성은 5위까지 추락했다. 세계 시장에서 삼성은 여전히 점유율 1위이나 그 비율은 하락했다. 뿐더러 애플보다 2배 더 팔기는 했지만 영업이익은 애플의 3분의 1 수준이다.

비단 스마트폰이나 삼성만의 문제가 아님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있다. 기초과학분야에서도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입자가속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현존 최대 입자가속기보다 적어도 2배 이상 큰 규모를 계획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서는 세계 기초과학의 판도가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대륙의 실수’가 ‘대륙의 실력’으로 전화된 지 오래다. 우주정거장도 보유했고, 위안화는 기축통화가 되었다.

그래도 우리에겐 봉황알이 있으니, 하늘이 아직 우리를 버리진 않은 모양이다.

이종필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BK사업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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