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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증, 방치하다가 불안ㆍ우울증 등 2차적 질환 이어져”

입력
2017.07.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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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 교수 인터뷰

#직장인 이모(36)씨는 얼마 전부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심한 어지럼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최근 증상이 더 심해져 참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단순 두통과 현기증을 넘어 메슥거리는 증세도 생겼다. 눈도 뻑뻑해지면서 귓속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두통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아 병원을 찾기로 한 이씨. 그런데 대체 병원 무슨 진료과를 찾아야 할 지부터 막막했다.

어지럼증은 바쁜 현대인이 자주 겪는 증상의 하나다. 하지만 개인마다 증상이 다르고 원인도 다양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가 적지 않다. 김지수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신경과) 교수에게 성인 10명 가운데 3명이 겪는다는 어지럼증의 위험성과 정확한 진단ㆍ치료 필요성을 들어봤다.

김지수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 교수는 “성인 10명 가운데 3명이 겪고 있는 어지럼증은 원인 질환이 너무 다양해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하지 않으면 만성화해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김지수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 교수는 “성인 10명 가운데 3명이 겪고 있는 어지럼증은 원인 질환이 너무 다양해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하지 않으면 만성화해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어지럼증의 주 원인과 증상은.

“어지럼증은 두통과 함께 신경과와 이비인후과를 찾는 환자가 호소하는 가장 흔한 증상이다. 주 원인은 ‘양성 돌발 두위 현훈(이석증)’이다. 두개골 안에 있는 평형기관(반고리관과 이석기관으로 구분)에서 이석기관에 있는 이석(耳石)이 떨어져 반고리관으로 들어가 머리를 움직이면 반고리관 안을 구르면서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는 병이다.

주로 아침에 일어날 때 순간적으로 빙빙 도는 듯한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심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생기며 가만히 있으면 증상이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또한, 전정신경염과 뇌졸중은 가만히 있어도 지속되는 급성 어지럼증이 특징이다. 전정편두통과 메니에르병은 반복적으로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이밖에 만성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병으로 양측전정병증, 뇌종양, 퇴행성 뇌질환, 심리적인 어지럼 등이 있다.”

-어지럼증 원인 검사와 치료법은.

“어지럼증 원인을 알아내려면 뇌와 말초평형기관 분석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뇌영상 검사 외에도 평형기관의 기능적 평가가 필수적이다. 우리 어지럼증센터는 이비인후과, 신경과와 통합된 4개 검사실에서 평형기능을 다각도로 평가하고 있다. 비디오 안구운동검사, 두부충동검사, 냉온자극 온도안진검사, 전정유발전위검사, 회전의자검사, 자율신경기능검사 등이 검사항목이다.

원인별 치료법도 다양하다. 이석증이 확실하다면 약을 먹지 않고 체위변환술로 치료할 수 있고, 치료 성공률도 아주 높다. 전정신경염이라면 초기에 증상을 줄이면서 염증반응을 최소화하는 치료를 시행한다. 이후엔 환자 맞춤형 전정재활치료로 후유증을 줄여야 한다.

뇌졸중이 어지럼증 원인이라면 뇌졸중 합병증을 예방하고 재발을 막으면서 약물과 전정재활치료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다만 원인이 퇴행성 뇌질환이라면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치료 이외에 다른 치료법이 없는 게 아쉽다.”

-지난달 3일 어지럼증센터를 열었는데.

“어지럼증 원인은 다양하고 단일 진료과에서 진료하기 어렵다. 그 탓에 환자가 여러 병원과 진료과를 찾아 다니면서 치료시기를 놓쳐 만성화하고 삶의 질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불안ㆍ우울증 같은 2차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 병원은 현재 진료과 중심의 진료시스템이 어지럼증 환자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적절한 진료를 위해 오래 전부터 신경과와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가 진단과 치료 과정을 공유하고 연구해왔다. 국내 최대 규모의 어지럼증센터 설립으로 환자가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편리하게 받을 수 있게 됐다. 전문 의료진도 진료와 연구 역량을 집중해 키워나갈 것이다.”

-센터의 협진시스템을 소개하자면.

“어지럼증센터에는 신경과와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가 참여한다. 8명의 전문의가 진료하고 있다. 어지럼증 환자는 증상이 심한 급성기에 진료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증상이 호전되거나 만성화되면 원인 질환을 진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성기에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데, 우리 센터는 이비인후과와 신경과의 외래 진료를 항상 같이 해 협진 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였다. 또한, 어지럼증 증상이 오래 되면서 생길 수 있는 불안ㆍ우울증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특화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만성 난치성 어지럼증 환자 치료에 우리 센터가 새로운 진료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자신한다.”

-센터에서 차별화한 서비스가 있다면.

“증상 중심의 원스톱 통합진료시스템을 제공한다. 다양한 원인의 어지럼증을 진료과별 협진으로 신속히 치료한다. 또한, 센터 내 평형기능 평가 검사실을 둬 신속한 진단과 치료를 제공한다. 연구 분야에서는 정기적인 컨퍼런스를 통해 최신 연구동향을 공유하고, 끊임없이 토의한다. 어지럼증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임상연구를 통해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어지럼증을 방치하다 만성화하는데.

“일부 어지럼증은 중증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지속된다면 적절한 평가를 받는 게 매우 중요하다. 뇌종양이나 퇴행성 뇌질환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위중한 질환이 아니어도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 등은 환자에게 심한 불편함과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한 어지럼증을 경험하면 언제 어지럼증이 다시 생길지 몰라 불안해하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러면 만성 주관적 어지럼증이 생겨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고 삶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 만성 주관적 어지럼증 환자는 정확한 진단으로 정확한 원인을 설명만 들어도 증상이 많이 호전되기에 즉시 병원을 찾는 게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어지럼증 환자가 어지럼증의 원인 질환을 알아내기 위해 비디오 눈운동 측정 검사를 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어지럼증 환자가 어지럼증의 원인 질환을 알아내기 위해 비디오 눈운동 측정 검사를 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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