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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인터넷 미래, 풍선과 드론이 바꾼다?

입력
2015.08.0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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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라는 것에 특별히 국가의 경계가 쳐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인터넷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허가를 받은 커다란 사업자가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이용해서 장기적으로 해당 국가의 국민들에게 유료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내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은 사라졌거나, 서비스 종료를 준비하고 있는 하이텔과 천리안 등에서 제공했던 전화접속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으로, 지금은 SK브로드밴드가 된 하나로통신과 KT 등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그리고 최근의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하는 3G/LTE 등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 등이 세대를 달리하기는 하지만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nternet Service Provider)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해 왔다. 보통 이런 기업들은 국가의 허가를 받은 국영기업체나 소수의 민간 독점사업자들에 의해 운영이 된다. 그 이유는 유무선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일단 이런 비용을 투자하고 독점적인 사업을 통해 투자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쉽사리 투자를 감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일반적인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이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변화하려 하고 있다. 인터넷 자체가 기본적인 권리로 인정받기 시작했지만, 비용의 문제나 인터넷 인프라의 미비로 아직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현재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보다 10억 명 정도가 많은 40억 정도에 이르고 있다는 기본적인 문제의식에서 시작해서, 이들에게 인터넷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국가의 경계를 초월한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했고, 또한 이런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과 아직은 비용 등의 문제로 국가적인 인터넷을 서비스하기 어려운 여러 국가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주에는 전 세계 인터넷 공급과 관련한 굵직한 뉴스가 2개나 있었다. 지난 7월 28일 스리랑카 정부와 구글이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프로젝트 룬' 서비스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프로젝트 룬은 저렴한 비행풍선을 고도 20~30km의 성층권에 띄워 인터넷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술로, 구축비용이 꽤 저렴하면서도 사실상의 사각이 없는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프로젝트 룬의 비행풍선은 약 15m 크기로 통신장비뿐 아니라 고도조절기, 비행용 컴퓨터, 태양광 전원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구글은 몇 달 뒤부터 스리랑카에 13개의 비행풍선을 앞으로 순차적으로 띄울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모두 정상으로 작동하게 되면 전체 국토에 사각이 없는 인터넷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하게 된다. 프로젝트 룬의 비행풍선은 3G와 LTE 서비스가 모두 가능하지만, 이번에 스리랑카에 공급되는 인터넷 망은 3G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도 동남쪽에 위치한 스리랑카는 현재 2000만 인구 중 약 15%인 300만명 정도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구글과 계약을 맺은 지역의 이동통신사들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제 서비스를 담당하게 되는데,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의 KT나 SK텔레콤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알뜰폰 사업자에게 도매가격으로 이용가능하게 하는 것과 비슷한 사업 모델이 적용되는 것이다. 다만 스리랑카에서는 KT나 SK텔레콤이 담당한 인프라 구축을 구글이 담당하고, 알뜰폰 사업자들의 역할을 이동통신 사업자가 하는 셈이다. 구글의 프로젝트 룬은 지난 2013년 뉴질랜드에서 처음 비행풍선을 테스트한 이후,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수백만 km에 걸친 비행풍선 네트워크 연결 시험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남미에서 일부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하나의 국가 전체를 커버하는 계약은 스리랑카가 처음이다. 스리랑카를 시작으로 아직 인터넷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의 국가들과의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의 프로젝트 룬 영상

구글은 전 세계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다양한 기업들의 M&A에도 앞장 서왔다. 지난 해에는 위성제조업체 스카이박스(Skybox)를 5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는데, 이 업체는 인터넷 망 연결과 재난 구제에 활용할 수 있는 위성을 제조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또한, 태양광 드론 제작업체인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Titan Aerospace)도 지난 해에 인수했는데, 이 업체가 개발한 드론은 태양광만으로 최대 2년 가까이 2만 미터 상공의 성층권에 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룬과 함께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를 전 세계에 공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글의 이런 커다란 뉴스 발표에 자극을 받았는지, 바로 지난 7월 30일 페이스북 역시 마크 주커버그가 직접 나서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발표를 했다. 페이스북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인터넷 낙후 지역에 인터넷을 공급할 수 있는 'Internet.org' 프로젝트를 그동안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서 페이스북이 선택한 기술은 구글이 인수한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와 비슷한 드론이다. 페이스북은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의 인수를 추진하다가 구글에게 선수를 뺏긴 아픈 기억이 있는데, 이후 이에 대항하기 위해 영국의 태양광 드론업체인 어센타를 인수, 공격적인 드론 인터넷 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 30일의 페이스북 기자회견의 내용은 양 날개폭이 48m 정도로 보잉 737과 비슷하며, 무게는 소형 자동차보다 가벼운 400kg 정도의 드론인 '아킬라(aquila)'의 시험 비행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이 골자다. 이 드론에 구글의 프로젝트 룬과 비슷하게 이동식 무선 기지국을 싣고 비행을 하면서 목표로 하는 지역에 인터넷을 공급하게 되는 것이다. 아킬라는 일반적인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고도보다 훨씬 높은 18~27km 상공에 띄운 뒤에, 지상에 통신용 레이저를 쏘아서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데, 이런 방식으로 페이스북은 최대 10Gbps(초당 기가비트)의 통신 속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킬라는 한 번 뜨면 태양광 에너지를 전력원으로 사용해 특정 지역을 최대 3개월 정도 비행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앞으로 인터넷망을 이용하지 못하는 전 세계 10% 지역에 드론 1,000개를 띄울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미 아프리카?중남미 등 17개국 이동통신사업자 12곳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황이고, 드론 통신망 사업을 함께할 지역 이동통신사와 개발자를 지속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 동영상

구글과 페이스북이 풍선과 드론으로 전 세계에 인터넷을 서비스하겠다는 이 같은 계획이 순수한 사회공헌이라고 바라보기엔 무리다. 기본적으로 인터넷 소외국의 국민들이 인터넷에 많이 접속할 수록 자사의 사업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과거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인프라를 구축해야만 가능했던 국가 단위의 인터넷 서비스가 이렇게 저렴하면서도 쉽게 제공이 가능하다면 소수의 독점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를 선집행하고 독점적인 사업의 기회를 획득했던 일반적인 이동통신 산업 전반의 규칙자체가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다. 이런 인터넷의 미래 변화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는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까?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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