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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파업

입력
2016.07.1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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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동시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두 회사 노동조합이 시기를 맞춰 함께 파업하는 것은 23년 만이다. 구조조정을 앞둔 다른 조선사들도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쟁점과 이슈로 볼 때 파업은 통상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최근에 전형적인 유형은 다운사이징 등 구조조정으로 고용이 위협받는 국면에서 이루어지는 수비형 파업으로 미국 자동차산업과 우리 조선업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음은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커지는 시기 노동조합이 분배 몫을 확대하기 위해 선택하는 공격형 파업이다. 주로 성장기에 나타나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크고 예측 가능성이 낮은 국면에서 기업의 지불능력이 일시적으로 커질 때 발생한다. 현대자동차 사례가 전형적이다.

경제학자 힉스(J.R. Hicks)는 파업을 교섭과정의 노사가 서로의 의중을 잘못 계산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그 원인을 정보비대칭으로 이해한다. 파업이 발생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노사가 ‘요구임금’과 ‘제시임금’을 교환하게 되는데 결국, 노조의 저항곡선(우하향)과 사용자의 양보곡선(우상향)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파업이 종료된다. 양 곡선의 교차점은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양보할 수 있는 의중 임금의 최종 가격이 되는데 교섭과정에서 노사가 이를 알 수 있다면 파업은 불필요하다.

이론으로든 경험적 사례에서든 파업의 원인과 이유는 복잡하다. 우리의 경우 파업은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3권의 하나이며 단결권과 교섭권을 유지케 하는 불가피한 수단이다. 따라서 권리로 인정하고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노사는 파업이 당사자 모두에게 나아가 사회적 차원에서 상당한 비용을 요구함에 주목해야 한다. 파업이 발생하면 근로자는 임금손실을 감수해야 하며, 기업은 생산 중단에 따른 이윤감소와 명성의 훼손을 감내해야 한다.

무엇보다 파업 기업에 연계된 협력회사와 지역경제가 감당해야 하는 손실의 몫은 예측이 어렵다. 현재 준비 중인 조선사 파업의 이익은 대기업 정규직이 독점하지만 갈등 비용은 하청협력업체나 물량팀 나아가 지역사회로 외부화될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파업이 매년 지속할 경우 국내 생산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점, 결과적으로 산업 차원의 일자리 축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지난 10년 동안 현대차의 국내외 생산 비중은 극적으로 역전되었다.

산업 갈등이 빈번하던 1950년대 노동학자 던롭(J. Dunlop)은 산업화가 진전되고 다원주의가 정착되면 노사 간 물리적 갈등이 관료제 내의 제도화 경쟁으로 수렴될 것으로 생각했다. 경제가 발달함에 따라 노사 간 이익의 직접적 다툼보다 이해 조정을 위한 제도적 수단이 중요해질 것이란 예측이었다.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파업 발생을 논리적으로 분석한 힉스의 주장도 따지고 보면 제도적 조정의 절차와 과정을 통해 노사가 교환하는 정보의 양을 확대하면 상호 오산(誤算)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결국 파업 확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함의를 갖는다.

위기에 직면한 조선 산업이 통합적 생존과 미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조선업 사용자와 노조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 산업적 차원의 위기극복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의 위기는 단일 기업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더욱이 파업을 통한 노동조합의 단기적 이해추구 전략은 위기를 해소하기보다 위험을 가중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노사도 파업에 앞서 평균연령 48세의 울산공장이 27세의 청년 공장 북경현대와 어떻게 경쟁할지 고민해야 한다. 울산현대 노사는 그들의 경쟁상대가 도요타가 아닌 북경현대임을 인식해야 한다. 전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경험한 1980년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사상 처음 단체협약 적용을 중단하고 양보교섭을 통해 새로운 협약을 체결했던 이유는 노조의 힘이 약했기 때문이 아니고 위기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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