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바둑대표 정찬호씨
32세 나이에 마지막 도전
“열심히 해야 포기할 수 있어
난 그만큼 못해 포기 못해”
바둑에서는 기력(碁力)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30대 나이에 프로기사의 문을 두드리는 늦깎이 아마 기사가 있다.
정찬호(32)씨는 한국일보가 주최하고 경기도바둑협회가 주관해 28~29일 서수원 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18 경기도지사배 전국 아마추어바둑 명인전에서 전국체전 경기도 대표로 선발됐다. 지난해 서울대표로 금메달을 땄는데 이번에는 소속팀인 ㈜원봉루헨스가 서울에서 김포로 이전하는 바람에 경기도 대표로 나오게 됐다.
정 씨의 이력은 조금 특이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바둑을 시작했고 ‘조치훈배 어린이바둑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기력도 인정받아 양재호 사범 문하에서 연구생으로 수련했다. 하지만 20세가 되도록 입단을 못해 졸업했고 2014년 입대해 2016년 8월 전역했다. 군 복무 시절 바둑공부를 접을 수 밖에 없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큰 공백은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나이(?)가 있다 보니 요즘 대회에서 3, 4판을 넘기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체력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정 씨는 보통 20대 이전 입단하는 후배들보다 많이 늦어 마음을 내려 놓은 것이 요즘 기력이 좋아지는 한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다. 조바심을 떨쳐내니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올해는 9월 전북 부안에서 열릴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 한국 대표로도 선발됐다.
“포기하는 것도 용기고, 열심히 한 사람만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난 미련이 남을 만큼밖에 열심히 하지 못해 아직 입단의 꿈을 포기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있을 프로입단대회가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도전할 생각”이라며 “자신은 있는데 쟁쟁한 후배가 하도 많아 당인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씨는 “바둑은 수 읽기를 해야 돼 상대방의 생각을 읽는 힘이 생긴다”면서 “세일즈를 하거나 상담하는 직업처럼 교류, 대화, 설득에 나서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씨는 “다만 제 나이가 되도록 바늘구멍 같은 프로입단에 매달리는 것은 비추입니다”고 웃었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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