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접미사는 조사나 의존명사와 혼동될 때가 있다. 각각을 정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띄어쓰기나 철자 표기에 오류가 생길 수 있으므로 잘 새겨둘 필요가 있다.
“나는 친구들을 만났다.”에서 ‘-들’은 복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방에서 놀고들 있어.”에서 ‘들’은 문장의 주어가 복수임을 나타내는 조사이다. 이 둘은 앞말에 붙여 쓴다. 한편, ‘따위’나 ‘등(等)’과 비슷한 뜻을 가진 의존명사 ‘들’도 있다. “과일에는 사과, 배, 감 들이 있다.”에서 ‘들’은 그 밖에 같은 종류의 사물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호랑이님, 달님, 해님’에 쓰인 ‘-님’은 어떤 대상을 인격화해서 높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해님’을 ‘*햇님’으로 잘못 적는 일이 많은데, ‘*햇님’은 문법적으로 불가능한 표기이다. 사이시옷은 명사+명사 합성어에서만 나타나고 접미사 앞에서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홍길동 님, 길동 님’에 쓰인 ‘님’은 사람 이름 뒤에 쓰여 그 사람을 높여 부를 때 쓰는 의존명사이다. 이때는 앞말과 띄어 써야 한다.
‘김씨’와 ‘김 씨’는 뜻이 다르다. “우리나라에는 김씨가 가장 많다.”에서 ‘김씨’는 ‘김이라는 성 그 자체’를 나타내며, 여기에는 접미사 ‘-씨’가 쓰였기 때문에 붙여 써야 한다. “방금 김 씨가 떠났어.”에서 ‘김 씨’는 ‘성이 김인 사람’을 가리키며, 여기에는 의존명사 ‘씨’가 쓰였기 때문에 띄어 써야 한다.
‘앞말이 가리키는 만큼의 분량임’을 나타내는 말로 ‘-쯤’과 ‘-가량’이 있다. ‘-쯤’은 붙여 쓰고 ‘-가량’은 띄어 쓰는 경우가 많은데, 둘 다 접미사이므로 “한 시간쯤 걸었다.”, “한 시간가량 걸었다.”와 같이 붙여 써야 한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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