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독식 업체가 견적서 부풀리고 NH개발은 대부분 그대로 승인
거액 비자금 조성 공모 정황… 농협 고위직에 뒷돈 가능성 높아
농협 자회사인 NH개발이 전국 NH농협은행 지점의 시설공사 용역을 한 업체에 몰아줘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원병(69) 농협중앙회장을 비롯한 농협 고위 관계자들과 이 업체의 금품거래를 확인 중이다.
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H건축사사무소를 압수 수색하면서 같은 빌딩에 입주한 F건축도 함께 압수 수색했다. 농협은행의 1,000억원대 부당대출 의혹이 제기된 리솜리조트그룹 관련 비리와는 별개로, 계좌추적 과정에서 두 회사의 의심스런 자금 흐름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2002년 설립돼 이듬해 NH개발의 협력업체가 된 F건축은 H건축사사무소를 포함해 4,5개의 관계회사를 두고 있다. 실소유주는 F건축 전 대표인 정모(54)씨로 알려졌으며, 정씨의 동생(49)은 H건축사사무소의 현직 대표이다. 이 회사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농협은행 지점과 농협하나로마트 점포 등의 건축이나 리모델링, 감리 등 NH개발이 발주하는 각종 사업을 맡아왔다. NH개발은 정씨 회사들에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공사 하청을 줬고, 2006년 도급금액의 30% 이상을 직접 시공토록 직영공사 수행방안을 변경한 이후에도 편법을 통해 정씨 측에 물량을 몰아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농협 하청 공사를 사실상 독식한 정씨 측이 공사비를 30~40%가량 부풀린 견적서를 내도 NH개발이 고무도장 찍듯 그대로 승인해 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검찰은 정씨와 농협 측이 오랫동안 깊은 유착관계를 맺고 비자금 조성을 공모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씨 측이 공사금액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 최 회장과 전ㆍ현직 농협 간부진에 건넸을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현재 농협중앙회 비리의 핵심 인물은 정씨이며, 그가 농협 비자금의 ‘젖줄’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와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압수물 분석이 끝낸 뒤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정씨는 처음 들어보는 인물”이라며 “NH개발이 (F건축 등에) 부풀려진 공사비를 지급한 사실 자체가 없고, 당연히 비자금이 조성된 적도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