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측 "日사업 보고 챙겨야" 불구, "부친 설득·반전 카드 못 찾아" 중론
대책 논의한 뒤 월요일쯤 귀국할 듯, 내주엔 공개적 맞대응 예상
일본에 체류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1일로 예정됐던 귀국일정을 연기했다. 롯데 관계자는 “당초 예약됐던 오후 2시40분 귀국항공편이 취소됐다”며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신 회장이) 월요일쯤에는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당초 조부이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부친인 신진수씨의 기일에 맞춰 이날 귀국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이날 제사는 ‘형제의 난’발발 이후 첫 전체 가족모임이고, 모친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ㆍ88)씨까지 참석한다는 점에서 각별히 주목을 받았다. 이번 경영권 분쟁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가족 내에서도 ‘신동빈 대 나머지 가족’의 대결구도로 전개되는 상황이라, 신 회장으로선 제사 참석을 통해 어떻게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신 회장의 귀국 연기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롯데 측은 “일본 사업에 대해 경영계획을 보고 받는 등 챙겨야 될 일이 많은 게 아니겠나”고 전했지만, 이 와중에 업무 때문에 일본에 더 머무른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신 회장이 아직은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평생 노출을 꺼려왔던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언론인터뷰를 갖고 부친인 신 총괄회장의 지시서(신동빈 회장 등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한다는 내용)를 공개하는 등 총공세 모드로 나서고 있고, 무엇보다 아버지가 형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 회장으로선 뭔가 상황을 역전시킬 대안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반전카드’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신 회장으로선 표 대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버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게 급선무인데 아직까지 그 방법을 찾지 못한 듯 하다”면서 “빈 손으로 서울에 돌아오는 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주말 일본에 머물면서 측근들과 향후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신 전 부회장 측이 공개적 대응모드로 전환한 만큼 그 역시 내주 귀국 후 공개적 맞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자회견이 될지, 성명문 발표가 될지는 모르지만 어떻게든 입장표명을 할 것이며 여기엔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제시한 지시서 등의 법적 효력 ▦가족들의 경영개입 부당성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나아가 전반적으로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확실한 ‘반격카드’를 제시할 것이라는 얘기가 롯데 안팎에서 나돌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잘잘못을 떠나 어떻게든 부친이자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을 직접 공격하는 모양새는 피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을 설득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게 안되더라도 신 총괄회장과 다른 가족들을 분리시켜, ‘부친은 보호하되 다른 가족은 공격하는’ 양면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일본체류 기간 동안 주총 표 대결에 대비, 일본현지 우호세력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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