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저마다 챙겨온 도시락을 꺼냈다. 급식을 먹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은 소풍이나 현장체험 때처럼 도시락을 나눠 먹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저임금과 차별 해소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이 학교에서는 이날 하루 급식이 중단됐다. 이 학교 교감은 “도시락을 챙겨오도록 미리 공지했고, 사정상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은 빵과 우유 등을 제공했기 때문에 점심을 먹지 못한 학생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인천 남구의 한 초등학교도 급식 대신 학생들에게 점심으로 롤빵과 요구르트, 견과류, 귤을 나눠줬고, 경기 수원의 한 중학교 학생들은 점심시간에 교실마다 배달된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웠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파업으로 이날 하루 전국 초ㆍ중ㆍ고교와 특수학교 900여곳에서 급식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149개 학교의 비정규직 근로자 660명이 파업에 참가해 84개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의 60~70%는 급식실 조리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파업에 대비해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싸오도록 했고, 도시락을 챙기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학교별로 빵과 우유 등 제공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인천은 50개교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파업에 참가해 37개교에서 급식 차질이 발생했다. 급식이 중단된 학교에서는 빵과 우유, 과일 등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전남 144개교, 충남 124개교, 전북 121개교, 경기 93개교, 경북 74개교, 부산과 충북 각 47개교, 세종 32개교, 제주 25개교, 울산 52개교에서 정상적인 급식이 이뤄지지 못했고, 일부 학교는 단축수업과 체험학습 등을 했다.
강원과 경남, 광주, 대전 지역에선 노조와 교육청이 급식비 8만원 지급, 장기근속수당 상한 확대(10년→18년) 등에 합의해 파업을 철회하거나 유보했다. 제주는 이날 오후 늦게 협상안에 대한 잠정 합의가 이뤄져 21일 예고한 파업을 유보했다.
그러나 이외 지역에서는 21일에도 급식 차질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앞서 급식비 13만원 지급, 방학 중 임금 지급, 근속수당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20일부터 이틀간 파업을 예고했다.
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날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연 뒤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행진했고, 인천과 충북, 부산 등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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