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회 한반도 통일 대역전 경주대회: 한라에서 백두까지(구 부산~서울 대역전 경주대회ㆍ이하 한반도 역전마라톤)이 17일 오전 9시30분 대한민국 최남단 제주도에서 역사적인 첫 걸음을 내디딘다.
한반도 역전마라톤은 1955년 제1회 대회 개최 이후 전쟁으로 황폐화된 국토를 달리며 전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명실공히 한국 마라톤의 등용문이자 문화재 역할을 했으며, 고향을 대표해 나온 철각들과 코스를 따라 늘어선 관중들이 하나되는 대국민 축제이기도 했다.
이제는 남녘을 넘어 한반도를 하나되게 하겠다는 염원을 담아 대회의 규모와 의미를 확대했다. 그 동안 부산에서 서울, 부산에서 파주 민통선 등 북쪽으로만 코스를 연장해온 한반도 역전마라톤은 올해부터 출발선을 바다 건너 제주로 옮겼다.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남쪽으로도 코스를 연장한 셈이다. 대한민국 최남단에서 희망의 릴레이를 시작하는 것은 물론, 언젠가는 국토의 허리에 둘러진 철책선을 넘어 백두까지 뛰겠다는 염원을 담았다. 이제는 북녘까지 코스를 이어나가 남북이 함께 달리겠다는 최종 목표만이 남아있다.
대회의 의미가 확대된 만큼 각 시ㆍ도 팀들도 재탄생한 한반도 역전마라톤을 뛰기 위해 앞다투어 출사표를 제출했다. 1960년부터 시ㆍ도군 대항전으로 성격이 바뀐 뒤에도 평균 8~10개 팀이 꾸준하게 출전했지만 중ㆍ장거리 실업팀이 없는 곳은 늘 선수 부족에 시달렸다. 하지만 올해는 부산, 제주 등 역전마라톤과 인연이 깊지 않았던 팀들까지 출전을 선언하면서 총 12팀이 승부를 겨루게 됐다. 올해 10연패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충북과 전통 강호 서울, 경기, 전남이 4파전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전북, 강원, 경북, 경남 등이 방어에 나선다. 대구, 대전, 부산 등 광역시들도 역주를 앞두고 있다. 12개팀이 나선 것은 지난해 60주년을 기념해 17개 시ㆍ도군에서 남녀 합동팀이 출전한 것을 제외하고는 역대 최다 팀 출전이다. 모든 시ㆍ도팀들이 고향을 대표해 경쟁하지만 한국에 다시 한번 마라톤 붐을 조성하겠다는 일념은 똑같다.
그 중에서도 제주는 이번 대회가 유난히 뜻 깊다. 올해 한반도 역전마라톤을 사상 처음으로 유치한데다가, 대회 개최와 출전을 발판 삼아 제주도의 중ㆍ장거리 육상의 부활을 기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중ㆍ고등부를 위주로 팀을 꾸렸지만 경기력과 성적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했다. 홍영표(54) 제주팀 감독은 “한반도 역전마라톤이 제주에서 출발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깊은 일이다. 최상의 전력은 아니지만 제주 중ㆍ장거리 육상 발전을 위해 내년까지 내다보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홍 감독은 또 “다른 팀들은 뛰어본 적이 없겠지만 우리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코스”라면서 첫 번째 코스인 1구간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제주=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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