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3.3㎡당 1038만원… 서울 금천·도봉구 웃돌아
부산 수영·해운대구도 치솟아, 올 들어 분양도 묻지마 투자
혁신도시 등 호재 있었지만 금리인상에 공급과잉 우려 급증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신동혁(44‘ㆍ가명)씨는 최근 대구지점으로 발령이 나 대구 수성구 일대에서 아파트를 수소문하던 중 서울 강남에 버금가는 시세에 깜짝 놀랐다. 웬만한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5억원이 훌쩍 넘었다. 신씨는 “범어동 SK뷰 아파트(전용면적 85㎡)는 호가가 6억5,000만원으로 형성되어 있다”며 “2년 전만해도 3억8,000만원 정도에 거래됐는데 5월 초엔 6억4,700만원에 팔렸다는 말을 듣고 이사를 주저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방의 부동산 시장이 한여름 더위만큼 뜨겁다. 새 아파트를 분양하면 1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건 다반사. 분양 활황이 매매가까지 끌어 올리며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서울의 최대 3배를 넘는다. 일부 자치구는 서울 비강남 지역 매매가를 추월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6월말 기준 대구 수성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3.3㎡당)은 1,038만원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 중 1,000만원을 넘어선 건 처음으로, 서울 도봉구(1,013만원)와 금천구(1,009만원)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을 웃도는 수준이다. 부산 수영구와 해운대구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도 각각 968만원, 945만원으로 1,000만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올 들어 지방 아파트의 가격 상승 속도는 수도권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대구의 올해 상반기 매매가 상승률은 무려 7.66%에 달하고 경북 2.42%, 부산 2.21%, 광주 2.11%도 서울(1.99%)을 웃돈다. 체감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실제 국토교통부 아파트실거래가 통계를 보면 대구 수성구 범어쌍용예가(127㎡)는 지난해 5월 5억3,000만원에서 올해 5월 6억8,80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28%나 뛰었으며, 부산 해운대구 우동 두산위브는 3.3㎡당 가격이 4,000만원을 넘어섰을 정도다.
지방 청약시장은 이미 과열 경고가 적지 않다. 올 상반기 중 청약 경쟁률이 100대 1을 넘긴 상위 10곳 가운데 부산과 대구가 각각 3곳을 차지하고 있고, 수도권은 단 2곳에 그치고 있을 정도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2008년 이후 수도권에 비해 공급물량이 부족했고, 최근 혁신도시 등 비 수도권 개발호재가 뚜렷했기 때문에 ‘묻지마 청약’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청약시장이 과열됐다”라며 “새 아파트 주변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에도 영향이 미쳐 전체적인 가격 급상승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년 안에 금리인상과 분양아파트 공급 과잉으로 자칫 이들 시장이 급랭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대구 지역에서는 내년까지 4만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인구나 소득이 늘지 않은 상태에서 수도권보다 비교적 느슨한 부동산 규제 덕분에 청약 붐이 형성된 경우가 많다”며 “과잉 공급이 이어지는 경우 수급 불일치로 인해 기존 주택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