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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후무 ‘추미애 스타일’ 정치 개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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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후무 ‘추미애 스타일’ 정치 개척사

입력
2017.08.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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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 7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서재훈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 7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서재훈기자

“여러분, 당 대표 병원 간다고 해서 이탈하면 지탄 받겠죠? 그리고 사무총장님은 의원들이 당 대표가 자리에 없다고, 탄핵하자고 비난하지 않도록 간식 좀 풍부하게 제공해주면서 단속해주시길 바랍니다.(웃음)”

25일 홍익대 세종캠퍼스에서 열린 2017 정기국회 대비 더불어민주당 워크숍. 목에 지압패치를 붙이고 등장한 추미애 대표는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인사말만 남긴 채 곧바로 병원으로 직행했다.

27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추 대표는 당 대표를 맡은 이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치르고, 여당 대표로 정국의 중심에 서기까지 단 하루도 편히 쉴 날이 없었던 탓이다. 그 사이 민주당은 9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고, 지지율은 50%를 상회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그러나 농담이긴 해도 스스로 당 대표 탄핵을 입에 올릴 만큼 추 대표의 지난 1년은 순탄치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파란만장했던 스토리를 결정적 3장면으로 구성해 돌아본다.

지난 2월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시민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촛불로 빛을 비추어 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시민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촛불로 빛을 비추어 주고 있다. 연합뉴스

①친문 등에 업은 추다르크, 프로탄핵러가 되다

추 대표는 지난해 8월 27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친문계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54%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제1야당 대표에 선출됐다. “계파에 기대지 않고 정치를 해왔다”고 공언한 추 대표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계파정치의 최대 수혜자가 된 셈이었다.

‘강한 야당’을 표방했던 추 대표는 취임 직후 더 강경해질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터졌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추진되면서다. 추 대표는 국회에선 야3당과 공조하며 탄핵 절차를 진행하는 동시에 광장에서는 촛불 민심과 보조를 맞추며 탄핵 정국을 이끌어갔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내부 논의를 거치지 않고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 영수회담을 불쑥 제안했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는 등 스텝이 꼬이기도 했다. 추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전격적인 담판을 통해 문제를 조기에 풀기 위해서였지 결코 자기정치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9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고 일부 네티즌들은 추 대표에게 ‘프로탄핵러’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동참한 원죄로, 줄곧 참회록을 써왔던 추 대표가 12년 만에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거듭나며 정치적 트라우마를 극복한 점을 함축한 표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외교 성과 설명을 위해 여야 당 대표를 초청한 지난 6월 19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외교 성과 설명을 위해 여야 당 대표를 초청한 지난 6월 19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 기자
임종석 비서실장(왼쪽)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지난 7월 19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당대표 초청 정상외교 성과설명회에 도착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팔짱을 끼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비서실장(왼쪽)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지난 7월 19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당대표 초청 정상외교 성과설명회에 도착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팔짱을 끼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②’민주당 퍼스트’ 외치며 대선 승리의 중심에 서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펼쳐진 조기 대선 국면에서 추 대표는 ‘민주당 퍼스트(우선주의)’를 외치며 상임 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 했다. 추 대표는 2012년 대선 패배 원인은 민주당이 모래알처럼 흩어졌기 때문이라고 봤다. 선거는 캠프 위주가 아니라 당이 중심이 돼 치러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던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기간 내내 “민주당 정부”라는 점을 강조하며 힘을 실어줬다. 추 대표의 강력한 리더십 하에 민주당은 똘똘 뭉쳤고, 9년 만에 집권여당 타이틀을 회복할 수 있었다.

대선 직후에도 추 대표는 수평적 당청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추 대표는 민주당에서 별도의 인사추천위원회 기구를 꾸려 당 차원의 인재 추천 권한을 행사해 새 정부의 조각 작업에 힘을 보태려 했지만, 청와대가 부담스러워하면서 시작도 못해보고 좌절됐다. 대신 당헌에 당이 인사를 추천할 수 있다는 재량 조항을 넣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추 대표는 정권 출범 직후부터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단독 회동 정례화를 제안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답을 주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은 취임 첫 날 짤막한 통화 이후, 한 달 넘게 연락을 주고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추 대표 주변에선 서운함을 토로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추 대표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대통령과) 통화는 직접 하지만, 그런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재훈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재훈기자
지난 6월 25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6·25 전쟁 발발 67주년 정부 기념식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해있다.고영권기자
지난 6월 25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6·25 전쟁 발발 67주년 정부 기념식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해있다.고영권기자

③당 안팎의 갈등, 추미애 리스크 시험대에 서다

여당 대표 3개월 차에 접어들었지만, 추 대표는 ‘아직도 제1야당 대표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을 정도로 강경한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직설적이고 거침 없는 언변도 여전하다. 그러다 보니 당 안팎으로 갈등과 충돌도 적지 않았다.

제보 조작 사건으로 수렁에 빠졌던 국민의당을 향한 ‘머리자르기’ 발언이 대표적이다. 국민의당 지도부에게 책임정치를 주문하기 위한 일침이었다고 하나, 집권여당 대표가 내뱉기에는 과한 표현이었다는 게 중론이었다. 발끈한 국민의당이 추경안 처리 반대로 돌아서면서 정국은 꼬여만 갔다. 결국 청와대의 대리사과로 풀렸지만, 추 대표는 본의 아니게 스타일을 구기게 됐다.

잡음은 당내에서도 불거졌다. 정당발전위원회는 당의 체질을 강화시키겠다는 추 대표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 공천권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터져 나왔다. 결국 정발위는 지방선거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중재안으로 사태가 봉합되기는 했지만, 추 대표가 정무적 감각과 소통 능력을 좀 더 발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제 9월 정기국회부터는 청와대로 쏠려 있던 정국의 무게 중심이 국회로 넘어올 수밖에 없다. 당 안팎에서 우려하는 추미애 리스크를 얼마나 극복하고 문재인정부, 민주당정부 성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추 대표의 행보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여야 협치 정국 성과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 판세도 결정될 수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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