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카우트연맹 함종한 총재
2023년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 자신감
“각종 사고 탓에 활동 줄었지만
잼버리는 적성 찾는 데 도움 줘”
“그 동안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 집중해야 하니 숨죽이고 있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 끝나면 본격적으로 준비해야죠.”
최근 여의도 한국스카우트연맹에서 만난 함종한(74) 총재는 “2023년 전북 새만금에서 열릴 제 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세계 최대 규모로 치러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유쾌한 잔치’라는 뜻의 세계잼버리(jamboree)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야영대회다. 청소년들이 자연 속에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도록 1920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이 대회는 2015년 제23회 일본 야마구치 잼버리에 3만3,000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세계적인 행사로 발돋움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잼버리가 열리는 건 1991년 강원도 고성 잼버리 이후 32년만이다.
1970년대 서울대 농과대학 교수 시절 스카우트와 첫 인연을 맺은 함 총재는 “올림픽이 엘리트 체육의 경연장이라면, 잼버리는 미래 지도자를 한 자리에 모이게 하는 행사” 라며 “세계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며 문화가 서로 융화되고, 소통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2023년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세계잼버리는 9.9㎢의 새만금 관광레저용지를 사용한다. 최대 10만명까지 수용 가능한데다 다양한 자연환경, 익산의 백제문화 유적지, 고창고인돌 군락과 람사르 습지 등 인근 유적지를 활용할 수 있어 낙점됐다. 별도의 시설물 건축이 필요하지 않지만, 경제효과는 796억원(전북발전연구원 추정)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2016년 1월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국에 유치 의향서를 제출한 뒤 폴란드 그단스크와 경쟁을 벌였다. 당초 그단스크 유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지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까지 나서 적극 홍보활동을 펼치며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참가자 항공권 40%할인’ 등 파격적인 제안과 기존 세계잼버리와 차별화된 운영 프로그램이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함 총재는 “새만금에서 열릴 잼버리는 지구촌과 가상공간, 우주공간 3개의 공간에 맞춘 행사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한 청소년 초청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함 총재는 “북한은 세계스카우트 연맹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2004년 11회 한국잼버리 때 금강산 청소년 평화캠프를 개최한 바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면 정식으로 북한 청소년지도자들에게 잼버리 참가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잼버리의 주인공인 스카우트 대원이 급감하고 있다. 2013년 28만8,000여명에 달했던 스카우트 대원은 지난해 19만1,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와 입시위주 풍토, 세월호 참사, 해병대 캠프 사고 등 각종 재난사고가 잇따르면서 학생들의 청소년단체 참여율이 줄었다.
함 총재는 “각종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학교 밖 청소년 활동이 위축되는 게 현실”이라며 “교육부 등 범 정부적 지원으로 잼버리 붐 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부든 운동이든 노래든 누구나 한 분야에서는 1등 할 수 있습니다. 잘 할 수 있는 게 뭔지 찾는 게 중요하죠. 잼버리는 청소년들이 신나게 뛰어 놀면서 자기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하는 대회입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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