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국 공무원에 8억달러 건네
브라질 부패척결 계기될지 주목
브라질의 대형 건설업체 오데브레시가 10여 개국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건네온 혐의를 인정하고 천문학적 규모의 벌금을 물게 됐다. 브라질에서는 이번 사건이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의 부패스캔들 수사(이른바 ‘세차작전’)와 함께 브라질 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절하는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오데브레시는 기소를 마무리하는 조건으로 최소 35억 달러(약 4조2,000억원)의 벌금을 무는 데 합의했다. 1977년 미국 정부가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불법화한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제정한 이래 가장 큰 벌금 규모다. 브라질과 미국, 스위스 사법당국은 오데브레시가 2001년부터 세계 12개국에서 100여건의 프로젝트 입찰 관계자에게 총 7억8,800만 달러의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데브레시는 사내에 ‘뇌물부’라는 비밀 조직을 구성한 뒤 이를 통해 조직적으로 불법 자금을 전달해왔다. 이 부서는 별도의 컴퓨터와 이메일 시스템을 통해 각각의 거래 내역과 전달자, 수취인 명칭을 전부 암호화해 관리했고, 심지어 과테말라 안티구아에 있는 은행을 인수해 ‘원스톱 뇌물수수’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부패 공직자들이 해당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면 뇌물부 직원이 곧장 돈을 입금시키는 방식이었다.
10년 이상 은밀하게 지속된 불법행위는 전직 임원 77명이 검찰과의 플리바겐(유죄 인정 조건부 감형 협상)에 응하면서 폭로되기 시작했다. 마르셀로 오데브레시 전 최고경영자(CEO)도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과의 협상에 나섰다. 그는 한때 수사무마 로비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직원들의 폭로로 증거가 불어나고 징역 19년을 구형 받으면서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오데브레시 뇌물스캔들이 부패한 브라질 사회를 개혁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부패의 완전한 근절은 앞으로 정치 시스템과 제도를 어떻게 개선하느냐에 달렸지만, 이번 사건이 부패문제를 정치권의 최우선 과제로 올려놓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길마르 멘데스 브라질 대법원 판사도 “오데브레시 사태와 검찰의 세차작전이 개혁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고 FT에 말했다.
대선 비자금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테메르 정부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관측이 제기됐다. 정치학자 페르난도 슐러는 “모순적이지만 잃을 것이 적은 인기 없는 정부가 오히려 더 신념을 갖고 실용적인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테메르 정부는 낮은 지지율에 상관 없이 고강도 긴축 개헌과 연금제도 개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강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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