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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사려고 월차까지 낸다

입력
2015.09.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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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출시된 자동차 변신 로봇

애니메이션 방영 맞물려 대박

완구업체 손오공 올 2분기 매출

작년보다 141% 늘어 285억

경기 용인에 사는 회사원 박모(37)씨는 지난 7일 회사에 월차를 냈다. 여섯 살 된 아들의 장난감을 사기 위해서다. 새벽 같이 일어나 개장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빠른 오전 7시에 인근 대형마트로 달려갔지만 끝도 없이 늘어선 대기 줄을 보고 주저 앉을 뻔 했다. 박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 열 때 까지 기다렸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다. 그는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새벽 3시부터 기다렸다고 하더라“며 “다음번 특판행사를 기다려 봐야겠다”고 말했다.

박씨의 하루를 앗아간 문제의 장난감은 요즘 신드롬을 일으키는 자동차변신로봇인 ‘터닝메카드’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이 제품은 독특한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자석을 내장한 명함 크기의 종이카드에 소형 미니 자동차를 올려 놓으면 자석에 반응하면서 거북이나 벌, 드라큘라 등 16가지 캐릭터 로봇으로 변신한다.

국내 완구업체인 손오공의 관계사 초이락컨텐츠팩토리에서 1년여 동안 80억원을 들여 개발한 제품이다. 지난 2월부터 지상파 TV에서 이 장난감 캐릭터를 소재로 만든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면서 국내 어린이들 사이에 수집 붐이 일었다. 그 바람에 신제품은 고사하고 중고제품 조차 구하기 힘들다. 가격이 1만6,800원인 이 제품은 중고 가격이 2,3배 비싸게 형성돼 있다. 인터넷에서는 중국산 짝퉁까지 등장했다.

제작사는 중국과 베트남 공장을 24시간 가동하면서 터닝메카드를 생산하고 있지만 워낙 수요가 많다 보니 공급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터닝메카드는 입고 되는 즉시 모두 매진되는 제품”이라며 “한 달에 서너 번씩 공급되는 제품도 100개 안팎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대형마트 점포에서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터닝메카드가 다 팔리자 고객들의 양해를 구하는 안내 문구가 매대에 설치돼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 대형마트 점포에서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터닝메카드가 다 팔리자 고객들의 양해를 구하는 안내 문구가 매대에 설치돼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터닝메카드의 인기 비결은 카드와 장난감이 결합해 변신하는 독창성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터닝메카드는 변신 로봇은 어렵고 복잡하다는 기존의 편견을 깬 제품”이라며 “자동차가 카드를 만나면 자동으로 변신하는 개념이 아이들에게 통했다”고 설명했다.

변형된 캐릭터를 다시 자동차로 만드는 과정도 종이접기처럼 간단하다. 업체측은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집중력과 손 조작 능력이 발달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제작사의 한 발 나아간 사후관리(AS) 정책도 인기를 부채질했다. 제작사는 아이들이 갖고 놀다가 망가지면 경기 부천의 업체로 찾아올 경우 절반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7,000원을 받고 새 제품으로 교환해 준다.

덕분에 모회사인 손오공의 실적도 껑충 뛰었다. 손오공은 2분기에 매출 285억5,400만원, 영업이익 27억9,6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41%, 영업이익 1,815% 급증했다. 손오공 관계자는 “주요 완구업체 가운데 유일한 토종업체로서 외국의 거대 캐릭터 완구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단비가 돼 준 제품”이라며 “개발사인 초이락컨텐츠팩토리와 함께 새로운 제품 개발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터닝메카드의 열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남국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터닝메카드의 인기는 지난해 불어 닥친 허니버터칩 열풍을 보는 것 같다 ”며 “연말까지 일본 업체를 비롯해 경쟁 완구 업계의 뚜렷한 신작 출시 계획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당분간 터닝메카드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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