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출시된 자동차 변신 로봇
애니메이션 방영 맞물려 대박
완구업체 손오공 올 2분기 매출
작년보다 141% 늘어 285억
경기 용인에 사는 회사원 박모(37)씨는 지난 7일 회사에 월차를 냈다. 여섯 살 된 아들의 장난감을 사기 위해서다. 새벽 같이 일어나 개장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빠른 오전 7시에 인근 대형마트로 달려갔지만 끝도 없이 늘어선 대기 줄을 보고 주저 앉을 뻔 했다. 박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 열 때 까지 기다렸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다. 그는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새벽 3시부터 기다렸다고 하더라“며 “다음번 특판행사를 기다려 봐야겠다”고 말했다.
박씨의 하루를 앗아간 문제의 장난감은 요즘 신드롬을 일으키는 자동차변신로봇인 ‘터닝메카드’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이 제품은 독특한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자석을 내장한 명함 크기의 종이카드에 소형 미니 자동차를 올려 놓으면 자석에 반응하면서 거북이나 벌, 드라큘라 등 16가지 캐릭터 로봇으로 변신한다.
국내 완구업체인 손오공의 관계사 초이락컨텐츠팩토리에서 1년여 동안 80억원을 들여 개발한 제품이다. 지난 2월부터 지상파 TV에서 이 장난감 캐릭터를 소재로 만든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면서 국내 어린이들 사이에 수집 붐이 일었다. 그 바람에 신제품은 고사하고 중고제품 조차 구하기 힘들다. 가격이 1만6,800원인 이 제품은 중고 가격이 2,3배 비싸게 형성돼 있다. 인터넷에서는 중국산 짝퉁까지 등장했다.
제작사는 중국과 베트남 공장을 24시간 가동하면서 터닝메카드를 생산하고 있지만 워낙 수요가 많다 보니 공급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터닝메카드는 입고 되는 즉시 모두 매진되는 제품”이라며 “한 달에 서너 번씩 공급되는 제품도 100개 안팎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터닝메카드의 인기 비결은 카드와 장난감이 결합해 변신하는 독창성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터닝메카드는 변신 로봇은 어렵고 복잡하다는 기존의 편견을 깬 제품”이라며 “자동차가 카드를 만나면 자동으로 변신하는 개념이 아이들에게 통했다”고 설명했다.
변형된 캐릭터를 다시 자동차로 만드는 과정도 종이접기처럼 간단하다. 업체측은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집중력과 손 조작 능력이 발달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제작사의 한 발 나아간 사후관리(AS) 정책도 인기를 부채질했다. 제작사는 아이들이 갖고 놀다가 망가지면 경기 부천의 업체로 찾아올 경우 절반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7,000원을 받고 새 제품으로 교환해 준다.
덕분에 모회사인 손오공의 실적도 껑충 뛰었다. 손오공은 2분기에 매출 285억5,400만원, 영업이익 27억9,6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41%, 영업이익 1,815% 급증했다. 손오공 관계자는 “주요 완구업체 가운데 유일한 토종업체로서 외국의 거대 캐릭터 완구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단비가 돼 준 제품”이라며 “개발사인 초이락컨텐츠팩토리와 함께 새로운 제품 개발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터닝메카드의 열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남국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터닝메카드의 인기는 지난해 불어 닥친 허니버터칩 열풍을 보는 것 같다 ”며 “연말까지 일본 업체를 비롯해 경쟁 완구 업계의 뚜렷한 신작 출시 계획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당분간 터닝메카드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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