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출구조사부터 시종 선두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등
'일반고 살리기' 공약, 지지 끌어내
고승덕 지지층 이탈도 한 몫
서울 교육의 수장이 2년 만에 진보 교육감으로 다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4일 오후 11시 기준 개표 현황에 따르면, 진보 성향의 조희연(57ㆍ성공회대 교수) 후보가 37.2%의 지지율로 고승덕(56ㆍ변호사) 후보(29%)와 현 교육감인 문용린(66) 후보(27.6%)를 앞질러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다. 초ㆍ중ㆍ고 2,217개교, 학생 121만명, 한해 예산 7조4,400억원의 향배를 쥔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자치의 상징이자, 심장이다. 조 후보가 당선된다면 혁신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 등 교육복지의 보편성이 확대되는 쪽으로 서울의 교육정책이 바뀔 전망이다.
<희비 엇갈린 캠프>
방송사의 개표 현황 중계방송에서 ‘당선 확실’ 자막이 뜨자 종로구 신문로2가에 자리한 조희연 후보 캠프 사무실에선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터졌다.
앞서 방송3사의 공동 출구조사에서도 조 후보는 10.1%포인트로 2위 후보를 따돌리며 당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아내와 나란히 앉아 출구조사 방송화면을 지켜보던 조 후보는 최종 개표 결과가 아니란 점을 의식한 듯 엷은 미소만 띄었다. 후보 뒤에 앉아 있던 두 아들도 활짝 웃으며 기뻐했다. 조 후보의 둘째 아들은 지난달 29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인간 조희연은 고통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를 어느 순간에서나 생각하는 사람, 어떤 사안이 문제가 되더라도 독단적인 결정 대신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그 가운데에서 가장 효율적인 정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확신한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이틀 뒤 친딸의 비판 글이 공개된 고승덕 후보와 대비됐고, 이는 조 후보의 면모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조 후보는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최종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문용린 후보와 고승덕 후보 캠프는 적막한 가운데 개표 현황을 지켜봤다. 출구조사 결과 조 후보에게 밀려 2위로 나온 문 후보는 서대문구 캠프 사무실에서 “실망스럽긴 하지만 지켜봅시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특권학교 강화’ 이긴 ‘일반고 살리기’>
교육계에선 조 후보의 ‘일반고 살리기’ 공약이 문 후보의 ‘특권학교 강화’ 기조를 누른 결과로 분석한다. 조 후보는 ▦평가 결과 기준 미달인 자율형사립고의 일반고 전환 및 일반고 지원 강화 ▦혁신교육지구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와 달리 문 후보는 일반고 황폐화를 낳은 자사고의 지정 연장과 관련해 “학교 측의 강한 의지가 있다면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며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부정입학 사태로 물의를 빚은 영훈국제중에 대해 지정 취소 여론이 거셌을 때도 이를 외면해 비판을 받았다. 반면 교육현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혁신학교에 대해선 폐지 입장을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좋은교사운동 등 교육시민단체들과 함께 교육감 후보 공약 평가 작업을 했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의 안상진 부소장은 “조 후보가 자사고의 부작용 등 현재 교육문제를 해소하려는 공약을 내놓은 반면, 문 후보는 ‘혁신학교 폐지’ 등 이념에 치우치거나 현실에 안주하는 공약이 대부분이었다”며 “교육기회의 평등, 교육의 양극화 해소 등 시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수 후보의 분열도 결과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이 결집할 수 있었고, 여기에 고승덕 후보에게 가 있던 20~30대 젊은 층의 표가 조 후보에게 빠르게 쏠린 결과”라고 풀이했다.
부인 김의숙(55)씨와 사이에 2남 ▦전북 정읍 57세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참여연대 창립, 초대 사무처장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현 성공회대 교수
김지은기자 luna@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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