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등 91명 성명서 채택
김무성 “국민이름으로 탄핵의 길”
유승민 “모든걸 던져버려야 할 때”
조기대선 ‘하야 로드맵’도 나와
해산 과정서 갈등은 불가피
“실패하면 답은 탈당밖에 없어”
與잠룡들 세부적 생각은 달라
제3지대서 신당 창당 관측도
새누리당 내 비박계가 당 해체라는 고강도 결의를 했다. 퇴진 요구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끄덕 않자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다. 해산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결국 비박계가 탈당 뒤 제3지대 창당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비박계가 주축이 돼 소집한 비상시국회의에는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광역단체장 등 91명이 참석해 침통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회의를 마치며 당 해체를 추진한다는 성명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새누리당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며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해체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김무성 “이제는 탄핵”… 3시간 동안 28명 울분
시국회의에선 3시간여 동안 28명이 연단에 올라 자괴감과 사죄, 수치의 심경을 쏟아냈다. 특히 차기 대선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는 “어제 촛불집회에서 터진 국민의 함성은 심판이자 최종 선고였다”며 “이제 국민의 이름으로 대통령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회의 직후엔 따로 보도자료까지 내 “헌법을 위배한 대통령을 그대로 둔 채 탄핵 추진에 따른 정치적 역풍만을 계산하며 탄핵 추진을 주저하는 건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 전 대표는 본보 통화에서 “100만 촛불집회에 앞서 민심을 엄중하게 수용하는 차원에서 대통령에게 2선 퇴진, 거국내각 구성, 조건 없는 권한 이양을 요구했지만, 받지 않았다”며 “이제 대통령을 향해 무슨 말을 해도 의미가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역시 비박계 잠룡인 유승민 의원은 “대통령도 당도 모든 걸 그냥 던져버려야 할 때”라며 “지금 국민이 원하는 건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을 세우는 정치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새누리당 역시 공범이자 방조자로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나경원 의원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부정한 이 국정농단 사건에 우리는 방조자가 됐다”며 “반성하고 또 반성해 발전적 해체를 통한 재창당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이 사안은 특정인의 일탈이 아닌 대통령이 몸통인, 본인의 문제”라며 “심하게 보면 새누리당은 공범”이라고 규정했다.
정병국 의원은 “새누리당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역할은 대통령이 질서 있는 퇴진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고, 김성태 의원은 “우리는 군주시대를 살았다. 박근혜 여왕 밑에서 충실한 새누리당의 신하들만 있었을 뿐이다”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2월 말까지 박 대통령은 형식적, 의전적 대통령에 머물고 모든 외ㆍ내치 권한은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국무총리에게 맡기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자”(이사철 전 의원)는 ‘하야 로드맵’도 나왔다.
‘박근혜 키즈’로 불리며 19대 국회 비례대표를 지낸 김상민 전 의원은 “보편적 가치와 상식을 무너뜨린 사람은 비선실세 최순실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라고 비판했고, 지난 2011년 박근혜 비대위 체제 당시 비대위원으로 발탁된 이준석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이 대표의 사퇴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해체 추진… 14일 ‘해산준비위’ 첫 회의
관심은 시국회의 이후로 모아진다. 정말 당 해산이 가능할지, 해산이 좌절된다면 그 이후 수순은 무엇일지다. 일단 이날 회의를 주도한 나 의원은 “비상시국위원회를 구성해 당헌ㆍ당규에 명시된 당 해산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며 14일 오전 비상시국위 준비모임 첫 회의를 예고했다. 당 해산은 전당대회에서 의결해야 하나 전대 소집이 불가능할 때는 전국위원회가 이를 대행할 수 있다. 이정현 대표가 당선됐던 지난 8월 전대 때만 해도 친박계가 당의 다수이자 주류라는 게 입증됐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는 게 비박계의 판단이다. 대구ㆍ경북(TK)에서도 지지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마당에 현재의 친박 지도부에 동조할 의원이나 원외 당협위원장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계산이다. 이미 친박계 의원 중에는 사실상 ‘전향’한 이들도 적지 않다.
무산되면 결국 탈당→제3지대 창당?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여권 인사는 “당 해산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정쟁이 될 수 있고, 굉장히 지난하게 흐를 가능성이 높다”며 “당의 생명이 다했다는 데는 동의할지 몰라도 세부적인 해법을 두고는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차기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분당이나 분열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라며 “당을 해체하고 재창당을 할지 아니면 다른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할지 좀 더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결국 비박계 다수가 탈당으로 가리라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새누리당 탈당파와 야권을 포함한 중도지대 인사들이 제3지대에서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한 비박계 인사는 “당 해산에 실패하면 답은 탈당밖에 없다”며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인사들이 모여 재창당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날 시국회의 참여 인사들은 탈당을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소수의 강성 친박과 함께 갈 수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황영철 의원)이라고 여지를 열어놨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