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 개입으로 측근 26억원 챙겨
박 전 차관 2006년 공천헌금 사건서
이 전 의원 대신 구속 사실도 드러나
지난달 6일 포스코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새벽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과 박영준(55)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2009년 초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의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는 풍문이 사실인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그 동안 정치권의 의혹 제기와 언론 보도를 통해 이들의 인사개입 정황이 꽤 구체적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국가기관이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29일 이 전 의원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제3자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다만 두 사람 중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했던 박 전 차관이 당시 민간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사법처리는 어렵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전 의원은 그 이후인 2009~2010년 포스코의 포항 신제강공장 건설중단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자신의 측근과 지인들에게 포스코의 외주용역권을 주도록 요구, 26억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로만 기소됐다.
검찰 수사결과, 2009년 4월 불거진 이명박(MB)정권 실세의 포스코 회장 인사개입설은 대부분 사실이었다. 이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 전 차관은 2008년 하반기 임기가 1년 남아 있던 이구택 당시 포스코 회장에게 사임을 요구하면서 후임으로 정 전 회장을 지지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이어 같은 해 11~12월, 그는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이던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회장과 정 전 회장,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등을 잇따라 만났다. 이 전 의원도 2008년 12월 말 박 명예회장을 직접 만나 포스코 회장 선임 문제를 논의했다.
이구택 당시 회장은 결국 이듬해 초 사임 의사를 표명했고, 정 전 회장은 2009년 2월 포스코 이사회에서 단독 회장 후보로 선정돼 자리에 올랐다. 박 명예회장과 가까운 윤 전 회장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밀려 있던 정 전 회장을 내세워 포스코에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이 전 의원의 ‘뜻’이 실현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들의 유착은 그 이후 본격화했다. 이 전 의원은 포항 신제강공장 건설중단 문제 해결에 힘쓴 대가로 “내 지인들한테 일감을 몰아주라”고 정 전 회장에게 요구했다. 그 결과, 그의 포항지역사무소장 박모씨는 포스코켐텍의 외주업체인 티엠테크의 실소유주가 돼 2009년 12월~올해 7월 급여와 배당금 등으로 12억원을 챙겼다. 포항불교신도단체연합회장이자 이 전 의원의 선거를 도와준 채모(56)씨와 이 전 의원의 사촌동생이 운영하는 뉴태성, 이 전 의원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오랜 지인의 사위인 정모(56)씨가 운영하는 원환경 등도 포스코에서 용역을 받아 각각 9억원과 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검찰 관계자는 “권력을 사용해서 다른 업체에 배정된 물량을 빼앗아 이 전 의원 측에 몰아준 반칙행위”라며 “이 전 의원이 부담할 지인들의 생계자금을 포스코가 대납한 신종 뇌물사건”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이 사실상 직접 수혜자라는 뜻이다.
특히 이 전 의원은 올해 초 개설한 자신의 사무실 운영비 조달을 위해 뉴태성과 원환경 측에 “매달 300만원씩을 달라”고 요구까지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실제로 600만원이 지급됐으나, 다음달 포스코 수사가 시작되자 곧바로 중단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러한 정황들은 이 전 의원이 포스코를 사유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라는 게 검찰의 평가다. 한편, 박 전 차관이 이 전 의원 보호를 위해 형사처벌을 대신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도 이번 수사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났다. 박씨는 2006년 지방선거 때 공천과정에 개입해 2,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적이 있는데, 검찰은 실제로 돈을 받은 인물이 이 전 의원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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