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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인 8명…‘혁신 편애’ 노벨문학상 논란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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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인 8명…‘혁신 편애’ 노벨문학상 논란의 역사

입력
2016.10.1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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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 분야 노벨문학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테오도어 몸젠, 루돌프 오이켄, 앙리 베르그송, 버트런드 러셀, 윈스턴 처칠, 장 폴 사르트르,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비문학 분야 노벨문학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테오도어 몸젠, 루돌프 오이켄, 앙리 베르그송, 버트런드 러셀, 윈스턴 처칠, 장 폴 사르트르,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누구나 될 수 있나요? 음악가나 과학자도요?” 2013년 9월 한림원 종신서기인 페테르 잉글룬드는 이 질문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오. 노벨문학상을 받으려면 당연히 문학을 창조해야 합니다.”

노벨상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노벨문학상 질의응답’ 중 3번 문답이다. 문답이 만들어진 2013년은 이미 밥 딜런이 수상 후보로 언급된 지 10여 년째인 때. 올해 노벨문학상 발표가 돌연 일주일 연기된 이유를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상 최초로 대중음악가에게 돌아간 노벨문학상을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지만 노벨문학상은 역대 수상자 명단 자체가 논란의 역사다. 밥 딜런을 제외한 총 113명의 역대 수상자 중 3대 문학 장르인 소설과 시, 극작이 아닌 분야에서 상을 받은 사람은 모두 7명. 독일 역사가 테오도어 몸젠(1902), 독일 철학자 루돌프 오이켄(1908),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1927), 영국 철학자 버트란드 러셀(1950), 영국 정치인 윈스턴 처칠(1953), 프랑스 철학자 겸 소설가 장 폴 사르트르(1964), 벨라루스의 르포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2015)다. 하지만 역사와 철학, 웅변 등으로 언어를 다룬다는 점에서 모두 문학과 상당한 친연성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윈스터 처칠은 그 자신도 당황했을 정도로 의외의 수상자였지만, 한림원은 “역사가이자 웅변가로서 처칠이 보여준 탁월한 문학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처칠이 당시 영국 총리여서 승전국에 대한 정치적 배려라는 논란도 일었지만, 한림원은 “수년 간 후보로 논의했으나 처칠의 전시 공적에 대한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종전 후 7년이 지나 수상자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의도에 대한 논란은 노벨문학상에 항상 따라붙는 것으로, 솔제니친, 파스테르나크 같은 소련 작가들이 수상할 때 가장 격렬했다.

노벨문학상 선정 기준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장에 적힌 대로 “인류에 대한 가장 위대한 공헌”과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탁월한 작품” 두 가지다. 전자가 노벨상 전반에 적용되는 원칙이라면, 후자는 문학에 특정되는 기준이다. 고로 노벨문학상의 역사는 ‘이상적 방향’이라는 노벨 유언장의 문구를 어떻게 해석했는지의 역사다.

문학상이 시작된 초기 10여년은 “숭고하고 건전한 이상주의”를 높이 평가해 ‘정글북’의 러디어드 키플링이 상을 받지만, 톨스토이와 입센, 에밀 졸라는 수상하지 못한다. 1차 세계대전 시기는 중립 원칙이 지배적이어서 교전국들은 제외되고 작은 나라들에 기회가 주어지면서 주로 스칸디나비아 반도 출신들이 받는다. 1920년대에는 스타일의 위대성을 주로 평가해 고전주의적 리얼리즘을 보여준 토마스 만 같은 작가들이 수상했고, 30년대에는 ‘인류 공헌’을 독자들의 높은 호응으로 확대 해석해 수상자를 가렸다. ‘대지’의 펄 벅은 받고 ‘댈러웨이 부인’의 버지니아 울프는 받지 못한 대중적 취향의 시기다.

종전 후 재정비된 문학상은 대중성을 버리고 개척정신에 주목, 과학상처럼 혁신과 발전에 가중치를 두고 전망과 언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다. ‘이상적’이라는 말이 더 넓게 해석돼 윤리적 무정부주의자들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매번 수상에 실패했던 헤르만 헤세가 1946년 수상자로 선정되고, 이후 앙드레 지드, T. S. 엘리엇, 윌리엄 포크너 같은 불후의 작가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문학의 혁신가들을 편애하는 노벨문학상의 이 원칙은 아직까지도 고수되고 있다.

유럽중심주의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으로 미국 작가 아이작 싱어에게 상이 돌아간 1978년 이후 노벨문학상은 미지의 거장을 향한 탐험을 시작한다. 비유럽 지역의 작가들이 수상 대열에 끼게 된 것이다. 지난해 알렉시예비치나 올해 밥 딜런의 수상을 볼 때 향후 선정 기준은 문학의 외연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노벨문학상은 문학전문가들로부터 200명의 후보군을 추천 받은 위원회가 1차로 후보 20명을 고르고, 2차에 5명을 가려낸 후 18명의 한림원 위원들이 투표를 실시해 과반 이상 최다 득표자를 수상자로 선정한다. 후보군 명단은 50년간 기밀유지 후 공개한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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