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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엘리제궁의 모차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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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엘리제궁의 모차르트

입력
2017.05.1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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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캐리커쳐
마크롱캐리커쳐

프랑스의 새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젊고, 똑똑하고, 야망이 넘친다. 로스차일드 투자은행에서 근무하며 ‘돈벌이’에 열중한 것도 정치권으로 가기 위한 발판에 불과했다. 2012년 30대에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하고 2년 뒤에는 경제장관으로 내각에 들어갔다. 젊지만 ‘실세’였다. 올랑드 정부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신좌파 정권을 연상시키는 친기업 노선을 걸었던 데에는 마크롱의 영향이 컸다. 언론은 그가 피아노에 능하다는 점과 어린 천재라는 점이 오스트리아의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닮았다 하여 ‘엘리제궁의 모차르트(Mozart de l'Elysée)’로 칭했다.

경기 침체 극복에 실패한 올랑드의 사회당이 프랑스의 좌우 모두로부터 버림받자 마크롱은 내각을 떠나 신당 ‘앙마르슈!(전진)’를 창당했다. 시작은 3위권 후보였지만 선거운동이 진행되면서 약 3년간 여론조사 선두를 놓치지 않았던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마저 제치고 대통령이 됐다. 언론은 기성정당을 벗어나 대선에 출마한 그의 승리를 ‘기적 같다’고 표현하지만, 선거 과정을 돌이켜 보면 신당을 창당한 것이야말로 엘리제궁의 모차르트의 천재성이 발휘된 선택이다. 사회당 후보와 달리 올랑드 정부 출신이라는 ‘원죄’에서 자유로웠고, 결선에서는 극우 르펜에 맞서 ‘공화국의 후보’를 자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그가 연주해야 할 프랑스라는 삼색(三色)의 악기는 녹록하지 않다.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여당이 된 앙마르슈-민주운동 동맹의 지지도는 여론조사상 25% 남짓. 비록 기성 정당인 공화당과 사회당이 마크롱을 지지할 ‘중도 다수 연합’을 제안했지만, 민심은 극우에서 벗어나 애국주의를 표방한 국민전선과 급진좌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로 각기 쏠리고 있다. 마크롱은 좌파와 우파, 주류와 비주류로 쪼개진 프랑스의 갈등을 조율해 통합의 정치를 구현해야 한다. 비주류 진영의 반 유럽연합(EU)주의에 맞서 ‘유럽 안의 강한 프랑스’를 내세운 마크롱이 약속대로 EU를 개혁해 자유 세계의 강력한 지도자로 나설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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