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등 방문단 그대로
일방 중지 이유 안 밝혀
北통신 “분위기 흐리는 괴이한 일들
서로 신뢰 쌓을 때” 불쾌감 표시
북한의 일방적인 예술단 사전점검단 파견 방침 철회에 따른 소동이 하루 만에 일단락됐다. 점검단 구성 등에 손대지 않고 당초 통보보다 일정만 하루 늦춰 북측이 다시 계획을 통보해 오면서다. 번복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 매체 보도 등 정황으로 미뤄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통일부는 20일 “오늘 북측이 통지문을 통해 북측 예술단 파견을 위한 사전점검단을 21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파견한다. 일정은 이미 협의한 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통지해 왔다”며 “우리측은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이날 오후 6시 40분쯤 통보 내용을 담은 남북 고위급 회담 북측 단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 앞으로 보내왔고, 정부는 그로부터 약 1시간 뒤 동의 입장을 전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일정을 제외한 방남단 구성 등은 모두 당초 협의한 내용 그대로”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7명의 사전점검단은 21일 일정 초반 일단 강릉으로 이동해 공연장을 본 뒤 다시 서울로 올 것으로 알려졌다. 1박 2일 간의 남측 체류 기간 동안 공연장 시설을 둘러보고 공연 일정ㆍ내용 등과 관련해 남측과 협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술단 파견을 위한 사전점검단 파견은 15일 예술단 파견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에서 합의된 일이다. 당시 남북은 삼지연관현악단 140여명으로 구성된 북한 예술단이 서울과 강릉에서 1차례씩 공연하는 것과 이를 위한 사전점검단이 방남하는 것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북측은 19일 오전 10시쯤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현송월 단장을 대표로 하는 7명의 사전점검단을 이튿날인 20일 1박 2일 일정으로 경의선 육로를 통해 보내겠다고 통지했다.
그러나 북한은 19일 밤 10시쯤 이유 설명 없이 이튿날 예정됐던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방남을 중지한다고 일방 통보했다. 이에 정부는 20일 오전 파견 중지 사유를 알려줄 것을 요청하는 전통문을 북측에 발송했고 북측은 21일 점검단 파견 입장을 전해왔다.
전날 방남 중지를 통지할 때와 마찬가지로 북측은 이날 통지 때도 파견 일정 번복 배경을 설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현 단장 등 북측에 대한 남측 언론의 지나친 관심과 더불어 북측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전반적 비판 보도에 불만을 표시하려는 의도였으리라는 짐작 등 각종 추측이 분분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측이 우리 언론 보도에 대해 때때로 불편한 반응을 강하게 보여왔다”며 항의 차원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 북한은 관영 매체를 통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모처럼 살린 북남관계 개선의 불씨를 꺼버리자는 것인가’ 제하 기사를 통해 “우리의 대범한 아량과 주동적인 조치에 의하여 마련된 북남화해의 극적인 분위기를 심히 흐려놓는 괴이한 일들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며 “남조선 당국은 제재 위반 여부니 뭐니 하는 경망스러운 언행들이 모처럼 살린 북남관계 개선 불씨를 꺼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입장을 명백히 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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