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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혹시라도 김영철 방남을 무조건 수용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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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혹시라도 김영철 방남을 무조건 수용했다면

입력
2018.02.23 19: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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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폐회식에 참가할 북한 대표단을 둘러싼 논란이 심상찮다. 천안함 폭침 주역으로 알려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단장이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의 반발에 따른 남남갈등 등 후폭풍이 거센 데다 미국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가 김영철 변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평창 이후 한반도 정세도 격랑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먼저 그가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해 본인의 책임으로 알려진 것을 직접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철을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의 주역으로 지목하면서 그의 방남에 대한 반감과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한술 더 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친동생 김여정을 ‘악의 가족'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역대 최강의 대북제재 발표가 나온 것도 이런 불만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심상찮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김영철의 역할과 무게로 보아 그의 방남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정면 돌파할 태세다. 통일부가 "북한 대표단의 방남 목적이 폐막 행사 참가이고 대표단 방문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관한 대화와 협의의 기회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대승적 이해를 요청했다. 문제는 그런 고려가 “왜 하필이면 김영철이냐”고 북에 따져본 데 따른 북측 해명의 결과라기보다 ‘무조건 수용’을 설명하기 위한 사후 논리일 가능성이다. 북한 대표단의 방한 일정이 평창 올림픽 폐막식 이후로도 잡혀있어 이른바 ‘평창 이후’의 협상을 위한 것이라면 더더욱 최소한의 밀고 당기기가 필요했다. 그가 2014년 남북 군사회담 당시 북측 단장이었다고 하나 판문점에서 열린 군사회담이란 점에서 이번 방남과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정부가 "김영철이 공격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감싸는 듯한 자세는 더욱 문제다.

더욱 큰 우려는 한미 공조의 구멍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한차례 북미 접촉이 불발되는 과정에서 북한과 함께 우리 정부에도 의심의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방카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 일원과 김영철 사이의 채널을 이용한 북미 대화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성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미 간 최대의 소통과 협조 없이 남북 관계 개선이나 북미대화 시도가 무슨 의미가 있나. 냉철한 계산에 따른 북의 포석에는 냉철한 현실 인식으로 대응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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