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이 거주 지역에 따라 양고기와 견과류 등 다양한 음식을 즐겼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아플 때는 식물과 곰팡이 등 ‘천연 치료제’를 사용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영국 리버풀대와 호주 아델레이드대, 시드니대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9일자에 발표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약 3, 4만년 전에 멸종했지만, 현생 인류의 유전자에 이들의 독특한 유전자가 일부 남아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이 즐겼던 음식이나 질환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다.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의 생활 모습을 유추하기 위해 치아에 남은 치석을 살펴봤다. 침과 음식, 입 속 미생물 등이 결합해 굳은 치석의 유전물질(DNA)을 분석하면 음식과 미생물의 종류를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분석 결과 네안데르탈인은 지역에 따라 다른 음식을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벨기에 스파이 동굴에서 화석이 발견된 네안데르탈인들은 털코뿔소고기와 야생 양고기를 먹고 살았지만, 스페인 엘 시드론 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들은 잣 같은 견과류와 버섯, 이끼 등 채식을 즐겼다. 또 엘 시드론 동굴의 네안데르탈인 1명은 진통제 '아스피린'의 성분이 다량 함유된 식물과 항생물질인 '페니실린'을 만드는 곰팡이를 먹었다. 연구진은 "이 네안데르탈인은 입 안에 농양을 앓았다"며 "이들은 염증과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는 ‘약'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선 '메타노브레비박터 오랄리스' 등 네안데르탈인 시대에 존재했던 미생물도 일부 확인됐다. 연구진은 "치석이 고대 인류의 생활 방식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후 수백만 종의 고대 미생물을 연구하는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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