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노동시장 개선 추상적 합의... 실행까진 험로
알림

노동시장 개선 추상적 합의... 실행까진 험로

입력
2014.12.23 20:00
0 0

정규직·비정규직 양극화 구조 등 내년 3월까지 세부 논의 마치기로

정부 노동유연화 의지 일방 발표… 노동계 불신·반발로 진통 불보듯

2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에서 열린 노사정위원회 본위원회 및 조인식에서 참석자들이 서명한 합의문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김영배 한국경총 회장,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2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에서 열린 노사정위원회 본위원회 및 조인식에서 참석자들이 서명한 합의문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김영배 한국경총 회장,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2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과 산별노조 대표자(오른쪽 사진)들은 "노사정위 논의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의 발판을 제공하고 있다"며 회의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2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과 산별노조 대표자(오른쪽 사진)들은 "노사정위 논의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의 발판을 제공하고 있다"며 회의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노사정이 23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기본 원칙과 방향에 합의하고 내년 3월까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극화된 노동시장 이중구조문제 등 3대 우선과제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합의 내용은 세부적인 실행 방안이 없는 추상적인 수준이어서 향후 재논의가 필요한데다 노동계는 정부가 밀어붙이는 정규직 고용 유연화와 비정규직 대책 등에 반대하고 있어 세부안 도출까지는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87차 본위원회를 열어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 기본합의안을 참석위원 전원 동의로 의결했다. 지난 9월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를 꾸린 지 넉 달 만이다. 이날 본위원회에는 김동만 한국노총위원장과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직무대행,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 노사정 대표 10명이 참석했다.

노사정은 기본 합의문에서 ▦동반자적 입장에서 노조와 회사, 현 세대와 미래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적 시각 ▦노동시장 현실에 대한 책무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과 부담을 나눠진다는 2대 원칙에 합의했다. 노사정은 최근 정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등이 담긴 5대 의제와 14개 세부과제를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중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통상임금ㆍ근로시간 단축ㆍ정년 연장 등 현안 ▦사회안전망 정비를 우선과제로 정하고 내년 3월까지 세부 논의를 끝내기로 했다.

그러나 기본합의에 이르기도 전에 정부는 노동계가 반대해온 현안 관련 대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등 협상 파트너인 한국노총을 궁지로 몰면서까지 노동시장 유연화 의지를 밝힌 바 있어 향후 협상이 형식적인 것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22일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임금ㆍ근로시간ㆍ근로계약 등 인력운용의 유연성을 높이고, 파견ㆍ기간제 근로자 사용에 대한 규제를 합리화한다’고 밝혔다. 55세 이상 근로자는 전 업종에서 파견을 허용하고,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 기간을 현행 2년에서 1~2년 더 늘리는 안이 검토돼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구조개선 방안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언론에 흘려 어려움에 처했다”며 “정부가 비정규직 대책을 충분히 논의한 다음 발표하지 않는다면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합의문에 명시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의 ‘고용ㆍ임금ㆍ근무 방식 등 노동시장 활성화’ 등 세부 과제들을 불과 석 달 만에 결론낼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사회적 대화로 풀어보겠다는 한국노총이 정부의 해고 기준완화 등 노동시장 개혁안에 끌려가고 있어 결국 정부안의 확정이 유예되는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다음주 비정규직 대책 발표를 협의 없이 그대로 강행하면 노사정위에서 빠지는 등 중대 결정을 검토하겠다”면서도 “어차피 관련 대책 대부분은 국회 입법을 통해 풀어야 해 노사정을 빼고 정부안대로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노사정이 (합의기한에 대한) 압박으로 민감한 문구를 다 뺀 뒤 칼을 감추고 악수만 했다”며 “노동이동성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은 하나하나가 파급력이 크고, 오랜 논의의 대상인데 3개월 만에 풀겠다는 것은 오히려 갈등만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안 의결로 정부는 노동시장의 하향평준화와 간접고용 비정규직 확산을 밀어붙일 것”이라며 “정치적 명분과 발판을 마련해준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