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14번째 환자 매개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청정지역을 유지해 온 충북과 강원에서도 확진 환자가 나와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 지역에서 발생한 환자 모두 삼성서울병원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충북도는 옥천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이 전국에서 90번째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9일 밝혔다. 간암 투병 중인 이 남성은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7시간 가까이 14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와 함께 있었다. 퇴원 후 지난 6일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하다 정신을 잃은 이 남성은 대전 을지대병원에 입원한 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이 남성은 지난 6일 을지대병원에 입원할 때까지 통제선 밖에 방치된 것으로 알려져 허술한 관리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지난 1일 이뤄져야 할 ‘자택격리 대상자 지정’ 사실을 6일이 지난 뒤에야 충북도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환자는 열흘 간 자택에 머물면서 동네병원을 오가거나 택시를 이용하는 등 주변과 밀접하게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날 이 남성이 다녀간 한의원과 병ㆍ의원을 폐쇄했다. 또 을지대병원으로 옮기기 전 그를 진료한 옥천성모병원 의료진 등 밀접 접촉자 20명을 격리 조치했다.
충북과 함께 메르스 청정지역이었던 강원도에서도 이날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강원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원주에 거주하는 A(42ㆍ여)씨와 B(46)씨를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검사를 한 결과 모두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두 사람 역시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뒤 메르스에 감염됐다. A씨는 지난달 27일부터 나흘 간 14번 환자가 있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거쳐 입원치료를 받았다. A씨는 자택격리 중이던 지난 8일부터 38도가 넘는 고열과 가래증상을 보였다. B씨는 지인인 A씨의 병문안을 위해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뒤 발열증세가 나타났다. 이지연 강원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은 “두 사람은 음압병상이 설치된 도내 국가지정 격리병원으로 옮겨져 격리 치료 중”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보건당국은 A씨의 경우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삼성서울병원 경유자로 통보 받았으나 B씨는 제외돼 있었다고 밝혀 메르스 접촉자 관리에 다시 한번 허점을 드러냈다. 보건당국은 가족 등 두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14명을 자택 격리 조치하고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ankookilbo.com
춘천=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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