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제장 선거 유세 중 권총 테러를 당한 이토 잇초(伊藤一長ㆍ61ㆍ사진) 나가사키(長崎)시장이 피격 6시간여 만에 숨졌다.
나가사키대 부속 병원측은 이토 시장이 18일 오전 2시28분 과다출혈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오후 7시 52분께 JR 나가사키역 부근 자신의 선거사무실 앞에서 폭력단 간부의 총격을 받고 쓰러진 이토 시장은 병원에 이송된 직후 심폐정지 상태에 빠지는 등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일본 경찰에 따르면 범인으로 지목된 최대 폭력단인 야마구치구미(山口組) 직계 조직의 간부인 시로오 데쓰야(59)는 경찰 조사에서 “4년 전 나가사키시에서 발생한 자동차 사고를 둘러싸고 시측의 대응에 불만을 품었다”며 “시장을 살해한 후 나도 죽을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수사본부를 차린 경찰은 이날 새벽 폭력단 사무실을 수색하는 등 정확한 범행 동기와 배경을 밝혀내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일본에서 유례가 없었던 선거 유세 중 테러라는 점에서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나가사키 지역에서는 이토 시장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아침 일찍 신문이 호외를 발행하는 등 관심이 뜨거웠다.
일본의 정계와 언론계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일본 민주주의 오점”이라는 등 비판과 탄식의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치적으로 점점 더 폭력화, 우경화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특히 주목받는 까닭은 나가사키 시장이 2대째 연속으로 권총 테러를 당했다는 점이다. 이토 시장의 전임인 모토시마 히토시(本島等ㆍ당시 67세)씨도 재임중이던 90년 우익단체 행동대원에 의해 총격을 받아 전치 3개월의 중상을 입었다. 모토시마 시장은 88년 12월 시의회 답변에서 “천황에게 전쟁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는데, 2년 뒤 테러를 당한 것이다.
나가사키 시의원과 현의원을 거쳐 95년 처음 시장에 당선된 이토씨는 4기 연임을 노리며 22일 실시되는 시장 선거를 준비해 왔다. 그는 원자폭탄 피폭지인 나가사키 시장으로서 반전ㆍ비핵ㆍ평화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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