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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돔에 대한 오해와 진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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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돔에 대한 오해와 진실 10

입력
2015.11.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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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야1층 난간 시야 방해… 백네트 낮아 파울볼 위험

상단 스탠드 경사 심해 “울산바위 오르는 느낌”

한 줄 31석 ‘지옥 라인’, 화장실 오갈때 두 번 민망

틈새석은 의외의 명당… 인근 먹자골목선 뒤풀이 제격

지난 9월 완공 이후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국내 최초의 돔구장 ‘고척 스카이돔(이하 고척돔)’이 베일을 벗었다. 지난 4일 공식 개장 경기로 열린 한국과 쿠바 대표팀의 ‘2015 서울 슈퍼시리즈’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민원도 줄이었지만 개장 당일부터는 관중들의 관람환경에 대한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다. 제보를 통해 다양한 민원을 취합한 뒤 5일 쿠바와 2차전 경기를 직접 찾아가 고척돔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검증해 봤다.

● 지하철→고척돔 동선 불편하다? (O)

지하철 1호선 구일역에서 고척돔까지 도보로 가는 길. 직선 거리는 가깝지만 걸어 가면 성인 남자 기준으로도 약 20분이 소요된다. 다음지도 캡처
지하철 1호선 구일역에서 고척돔까지 도보로 가는 길. 직선 거리는 가깝지만 걸어 가면 성인 남자 기준으로도 약 20분이 소요된다. 다음지도 캡처
구일역을 벗어나서부터는 고척돔 안내표지판을 찾아보기 힘들다.
구일역을 벗어나서부터는 고척돔 안내표지판을 찾아보기 힘들다.

고척돔과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1호선 구일역. 현재 이 역에서 고척돔까지 걸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성인 남성 기준으로 약 20분 정도다. 단일 출구로 빠져나온 뒤부터는 안내 표지판조차 거의 없다. 구일역과 고척돔의 직선 거리만 보면 매우 가깝지만 고척돔 방향의 출구가 없다. 하지만 프로야구 넥센히어로즈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기 시작 할 내년 3월부터는 이 같은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구일역 관계자는 “현재 경기장 방향의 출구를 개설하고 있다”며 “현재 공정률은 30%로 내년 3월 30일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 비싼 자리면 다 좋다? (X)

기자가 배정받은 105블럭(위)의 경우 위치상 쾌적한 관람이 예상되지만 막상 자리를 찾아가면 마치 철창 속에서 경기장를 관람하는 기분이다. 사진은 한 쿠바 팬이 자리를 포기하고 난간 사이로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기자가 배정받은 105블럭(위)의 경우 위치상 쾌적한 관람이 예상되지만 막상 자리를 찾아가면 마치 철창 속에서 경기장를 관람하는 기분이다. 사진은 한 쿠바 팬이 자리를 포기하고 난간 사이로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제값을 못하는 관람석도 적지 않다. 경기장과 관람석 사이 난간이 지나치게 높은 게 가장 큰 흠이다. 이 난간 탓에 내야 1층에 앉은 관중의 상당수가 시야 방해를 겪는다. 안전을 위해 설치해 놓은 백네트부터 시야 방해 요소인데, 난간까지 더해져 불편함이 두 배다. 기자가 이날 배정받은 1루 내야 하단스탠드석의 좌석의 가격은 2만5,000원으로 같은 구역의 상단스탠드(1만8,000원)나 외야석(1만5,000원)보다 비쌌지만 경기 몰입도는 낮았다. 다만 다이아몬드클럽(4만5,000원) 테이블석(4만원) 등 프리미엄석은 시야 방해가 거의 없다.

● 경기장 내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O)

경기장 내 매점부스. 임시 운영임을 감안해도 판매 상품이 적어 팬들의 불만이 컸다.
경기장 내 매점부스. 임시 운영임을 감안해도 판매 상품이 적어 팬들의 불만이 컸다.

매점 등 편의시설은 매우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개설된 매점이 많지 않아 경기 시작 전과 공수교대 시간엔 긴 줄이 늘어서기 일쑤다. 기존 야구장에 비해 상품의 수도 상당히 적다. 경기장 밖 편의시설도 마찬가지. 아직 흔한 편의점도 들어서지 않아 많은 관중들이 대로를 건너 간식을 조달했다. 경기장을 찾은 박민호(29) 씨는 “수익성 때문에 아직까지 편의점 등 고정 상업시설이 들어서지 않은 점은 이해하지만, 개장 경기고 많은 관중이 예상됐을 텐데 간이 상업시설도 갖추지 않은 점은 다소 무성의해 보였다”고 지적했다.

● 31석 ‘지옥 라인’ 막상 가보면 괜찮다? (X)

한 관중이 '지옥라인'의 한 가운데서 통로 쪽으로 빠져나오는 모습. 이 관중이 통로쪽으로 빠져나오는 데만 30초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한 관중이 '지옥라인'의 한 가운데서 통로 쪽으로 빠져나오는 모습. 이 관중이 통로쪽으로 빠져나오는 데만 30초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괜히 ‘지옥 라인’이란 별칭이 붙은 게 아니었다. 내야 하단스탠드석의 경우 한 줄에 무려 31석이 배열돼 있다. 만일 이 열의 한가운데인 16번 좌석에 앉은 사람이 화장실을 다녀온다 가정했을 때 15명에게 2번씩 미안해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된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도 중간에 앉은 관중이 통로로 나오는 데만 약 30초 이상 걸렸고, 다수가 일어섰다 앉길 반복했다. 한 관중은 “나오는 사람도 민망하고 비켜주는 사람도 불편한 구조”라며 “불편한 점은 둘째치고 화재 등 대피 상황이 발생했을 때가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 파울볼 유독 더 조심해야 한다? (O)

낮고 빠른 파울볼이 관중석으로 직접 향하는 위험한 상황도 벌어졌다. 한 관중은 “내야의 난간을 높이고 파울지역의 그물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낮고 빠른 파울볼이 관중석으로 직접 향하는 위험한 상황도 벌어졌다. 한 관중은 “내야의 난간을 높이고 파울지역의 그물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좌석 간격이 좁으니 파울볼이 관중석 쪽으로 날아와도 더 민첩하게 대처하기가 힘들다. 내야 하단스탠드석에서 외야에 가까이 앉은 관중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백네트가 낮아 낮고 빠르게 날아온 파울볼이 곧바로 관중석을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3회말 쿠바 공격 시 낮게 날아 온 파울볼이 관중석으로 향해 짙은 탄식을 자아냈다. “빛 때문에 공이 공중볼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일부 선수들의 증언도 신경 쓰인다. 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높이 뜬 파울볼 상황에서 같은 일을 겪을 경우 큰 부상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틈새석’은 최악의 자리다? (X)

틈새석에 직접 앉아 본 기자(위)와 경기장을 바라봤을 때의 시각(아래). 잠시 아찔함도 느껴졌으나 앞좌석이 없어 답답함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틈새석에 직접 앉아 본 기자(위)와 경기장을 바라봤을 때의 시각(아래). 잠시 아찔함도 느껴졌으나 앞좌석이 없어 답답함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경기장 기둥 아래 기이한 형태로 자리 잡은 이른바 ‘틈새석’은 개장 전부터 논란거리였다. 기둥 아래쪽 공간에 좌석을 채워 넣다 보니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구조의 관중석이 탄생해버렸다. 하지만 직접 찾아가 앉아보니 장점도 있었다. 타 구장에 비해 앞자리와의 간격이 좁은 고척돔 구장에서 그나마 다리를 편히 움직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리다. 여기에 앞 공간도 트여 있어 경기 몰입에 방해를 덜 받는다. 비행기의 비상구 쪽 좌석에 비유하거나 보기엔 흉해도 추후엔 고척돔만의 명물이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다만 치마를 입은 여성이나 고소공포증 있는 이들은 이 자리를 피하는 게 좋다.

● 시력이 나쁘면 전광판 보기 힘들다? (O)

관중석에서 바라본 전광판. 전광판의 크기가 작아 스코어와 선수 명단 등 전광판 내용을 알아보기 쉽지 않다.
관중석에서 바라본 전광판. 전광판의 크기가 작아 스코어와 선수 명단 등 전광판 내용을 알아보기 쉽지 않다.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단부터 고척돔의 단점으로 입을 모은 전광판. 관중들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나안 시력 1.0(좌) 0.15(우)의 기자의 경우 내야 상·하단 스탠드에서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안경을 썼을 경우에도 불편함은 컸다. 1.2(양쪽 동일)의 교정 시력에도 상단 스탠드에서는 전광판 내 선수 이름을 구분하기 힘들었다. 경기장을 찾은 권순만(16)군은 “전광판 내용이 한 눈에 다 들어오질 않는다. 경기의 재미가 줄어드는 요소다. 빠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짚었다.

● 상단스탠드 경사가 아찔하다? (O)

경기장 맨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계단(위)과 상단스탠드석으로 오르는 관중들의 모습.
경기장 맨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계단(위)과 상단스탠드석으로 오르는 관중들의 모습.

내야 상단스탠드 경사를 바라보던 한 여성 관중은 한숨부터 쉬었다. “(설악산) 울산바위에 올라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관중들이 자리를 찾아 올라가는 모습은 마치 등산객 같았다. 한 관중은 “다시 올라오기 무서워 웬만하면 내려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중은 "너무 가파른 경사에 현기증이 난다”고 했다. 하지만 일단 착석 한 뒤에는 탁 트인 것 같아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 유경애(44)씨는 “각도가 커서 그런지 앞 좌석 사람의 움직임이 경기 몰입을 방해하지 않아 좋고, 높은 자리임에도 경기장이 매우 가까워 보인다”며 만족했다.

● 장애인의 휠체어 이동이 편리하다? (O)

전동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을 찾은 임성한씨가 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을 찾은 임성한씨가 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장애인을 배려한 설계는 합격점이었다. 지하철 1호선 구일역 입구에서 약 20분 간 걸어 경기장 내부에 들어서는 데까지 큰 경사나 계단이 거의 없었다. 고척돔 인근인 경기도 광명에서 전동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을 찾은 임성한(57) 씨는 “전동휠체어로 경기장을 찾아 왔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며 대만족했다. 장애인석 위치도 경기장 내에서 휠체어로 이동하기 가장 편한 곳에 마련된데다 좌석 역시 사각지대가 아닌 프리미엄석 바로 뒤편이라 관람의 질도 높다.

● 관람 후 뒤풀이 할 곳이 마땅치 않다? (X)

고척동 먹자골목 위치. 다음지도 캡처
고척동 먹자골목 위치. 다음지도 캡처

서부간선로 쪽에서 고척돔 인근을 바라봤을 때 비교적 한적해 보여 ‘먹을 곳’이 없을까 우려한 팬들에겐 희소식이다. 고척돔에서 동양미래대학 쪽으로 길 한 번만 건너면 ‘고척동 먹자골목’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이곳 상인들은 프로야구 새 시즌이 시작되는 내년 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분식집 운영하는 김모 씨는 “기존엔 인근 주민들과 동양미래대 학생들이 주 고객이었지만 프로야구가 이 곳에서 열릴 때면 사정이 더 나아지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글·사진=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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