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식
주필

등록 : 2014.09.11 20:00
수정 : 2014.09.11 23:41

[황영식의 세상만사] ‘세월호 정국’의 득실

등록 : 2014.09.11 20:00
수정 : 2014.09.11 23:41

정치 무관심의 팽배와 ‘국회 무용론’

중간지대 묽어져 양끝으로 쏠리는 민심

국회야말로 야당 의미 살릴 최적무대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 문제로 제기능 을 상실한 국회.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세월호 정국’의 경색이 부른 국회의 기능 정지가 길다. 주변에서 피부로 직접, 또는 언론보도로 간접 확인한 추석 민심도 심상찮다.

아예 정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가족이 있었던 한편으로 이야기만 나오면 이내 국회 무용론 내지 해체론으로 흘러버린 가족도 많았다고 한다. 이런 민심을 세월호 특별법을 건너 뛰더라도 다른 민생법안 심의에 매달리라는 요구로 받아들이거나 하루빨리 세월호 특별법을 매듭짓고 다른 민생현안 논의로 넘어가라는 요구로 해석하는 것은 여야 각각의 아전인수다.

정국 경색의 핵심 요인인 세월호 특별법의 처리 방향에 대한 구체적 인식 없이 그저 현재의 정치 중단 상황에 대한 정서적 답답함을 토로한 정도라고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나아 보인다. 민심은 원래 그런 쪽에 가깝다. 어떻게 시작된 바람이든 묻지 않고,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휩쓸려 누웠다가 일어난다. 정보 홍수 시대에 새삼스럽게 정보 부족이나 그 동의어인 무지에서 그 이유를 찾을 것은 없다. 지나치게 잇속에 밝아서 오히려 문제인 세태에 비추어 사회경제적 처지에 걸맞은 자기이해(Self-interest)와 동떨어진 허위의식(Pseudo-consciousness)의 만연을 탓할 것도 아니다.

정보는 넘쳐나도 스스로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서 간직하는, 인간 본연의 ‘선택적 보유(Selective Retention)’ 성향은 이미 식자층도 예외가 아니다. 가령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체 부검 결과에 대한 반응이 좋은 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치밀한 발표보다 한 인터넷방송이 퍼뜨린 ‘유병언 밀항 성공’ 소식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평소 ‘연예계 소식’을 뉴스의 전부쯤으로 여기며 살아온 사람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시사 정보를 잘 아는(Well-informed) 사람들까지 그런 ‘소설’에 마음이 움직이는 데는 실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세상에서 무엇을 진실이라고 앞세우거나 공식적인 발표 가운데 무엇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다. 어차피 국민의 절반은 믿지 않는다. 애초에 믿지 않겠다고 작정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그러니 절반의 민심, 아니 절반의 무관심을 뺀 4분의 1의 민심에 근거한 여야의 상호 ‘네 탓’ 공방처럼 실없는 게 없다. 아울러 그런 공방과 그에 따른 국회 마비 장기화가 겉으로는 정부와 국정운용의 책임을 분담한 여당의 부담일 듯하지만 실제로는 야당의 정치적 손실로 귀결되기 쉽다는 점을 일깨우고 싶다. 정치적 관심이 묽어져 뚜렷한 쟁점이 없는 상태에서 현상유지의 틀을 깨고 야당에 정권을 안겨줄 정도로 부지런한 유권자는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이미 시민단체와 일차 당사자들이 직접 정치적 의사결집ㆍ표출의 선두에 서있어 정당의 역할이 제약돼 있는 마당에서는 그나마 국회가 야당의 존재 의미를 부각할 최적의 무대다.

더욱이 정치적 중간지대가 사라져가는 현상은 야당 지지세의 팽창 잠재력까지 갉아먹고 있다. 어제 한국일보 3면의 ‘중재할 제3세력이 없다’는 기사가 지적했듯, 과거 같으면 여야를 중재해 대치상황을 해소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었을 종교계나 시민단체 등 제3세력, 즉 사회지도적 중간지대가 점점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성향이 좌우 어느 쪽이든 시민단체 핵심인사들이 현실정치권에 대거 편입된 데다 시민단체 스스로가 제3자의 역할에 만족하기보다 당사자 동원과 사회쟁점화의 주체가 되어온 결과다. 이런 정치적 중간지대의 협소화는 상황에 따른 야당 지지 확산의 토양 자체가 잠식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야당이 현재의 정국 경색을 안이하게 대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하는 때문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과의 만남을 결심하는 것은 그리 어렵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앞서 실패한 여당의 유가족 면담에서 보듯, 이른바 ‘재합의안’에 덧붙일 추가적 양보의 수용을 박 대통령이 결단하기는 원칙과 현실 양쪽으로 다 어렵다. 이런 실정을 야당이 모를 리 없다면, 정말 결단을 서두를 쪽은 야당일지도 모른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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