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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얼굴패권주의’ 웃어넘기기엔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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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얼굴패권주의’ 웃어넘기기엔 불편한 이유

입력
2017.05.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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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 민주당 전 의원이 ‘증세없는안구복지!’란 제목으로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문재인(맨 왼쪽에서 세 번째) 대통령과 조국(맨 왼쪽) 민정수석, 임종석(맨 오른쪽) 비서실장 등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진들의 산책 사진을 게시했다. 트위터 캡쳐
정청래 더불어 민주당 전 의원이 ‘증세없는안구복지!’란 제목으로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문재인(맨 왼쪽에서 세 번째) 대통령과 조국(맨 왼쪽) 민정수석, 임종석(맨 오른쪽) 비서실장 등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진들의 산책 사진을 게시했다. 트위터 캡쳐

‘증세없는복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10일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고 나서다. 새 정부의 복지정책과 관련 있을 법한 이 단어이지만 속 뜻은 다르다. 청와대 참모진들의 외모가 준수해 이들의 사진을 보면 시민들의 행복지수가 올라간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과 신임 참모들의 청와대 산책 사진엔 ‘증세없는 안구복지’란 댓글이 잇따랐다. 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을 일컬어 ‘청와대 F4(flower4)’. ‘꽃보다 청와대’란 별명도 생겼다.

‘얼굴패권주의’ ‘외모패권주의’ 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외모가 준수한 사람들이 현 정부의 요직을 선점했다는 것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가리키는 우스갯소리다. 외모 관련 화두가 지속되자, 정치권도 가세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2일 조 민정수석을 향한 공식 논평에서 “잘 생긴 게 콤플렉스(약점)라고 해서 대다수의 대한민국 남성들을 디스(상대를 비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시민들과의 대화에서 “용모가 딸려서 (청와대의) 영입 제의는 없는 걸로 결정됐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허니문’이라 더 멋져보일 수 밖에 없는 그들

청와대 새 식구들을 향한 이런 반응은 출범한 지 일주일 남짓인 신생 정부와의 밀월 기간이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을 저지른 박근혜 정권을 국민의 힘으로 교체하고 새로 들어선 정권인 만큼 기대와 애정이 크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제19대 대통령 선거 직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 응답자는 74.8%에 달했다. 이전 정권의 출범 첫 달 지지율이 40% 중반에 머물렀던 것과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권위의식을 내려놓은 새 정권에 대한 친근감의 표시란 의견도 있다. 직장인 조수진(30)씨는 “객관적으로 봐도 참모들의 외모는 출중하지만 만약 이들이 과거 정부처럼 권위만 내세웠다면 좋아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스스럼없이 직원들과 손잡고 시민과 셀프카메라를 찍는 인간미 때문에 더 잘생겨 보인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원준(35ㆍ가명)씨도 “말끔한 외모로 매너있게 타국 정상을 대하는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처럼 우리도 매너있고 멋진 대통령과 정권을 갖게 됐다고 자축하는 것”고 말했다.

이 같은 관심을 보여주듯 새 대통령 취임 후 15일 오후까지 약 6일동안 트위터에는 ‘얼굴패권주의’ ‘외모패권주의’등 관련 단어가 각각 3,639회ㆍ3,100회씩 언급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을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빗대 ‘꽃보다 청와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트위터 캡쳐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을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빗대 ‘꽃보다 청와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트위터 캡쳐

‘좋은 얼굴에 좋은 정신’이란 논리는 우려

일각에서는 그러나 ‘얼굴패권주의’ ‘비주얼인사’ 등 유행어 속에 외모지상주의가 숨어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직장인 이성현(34ㆍ가명)씨는 “조국 민정수석 등 새 정부 참모들을 이전 정권의 보수 인사들과 비교하며 ‘좋은 와꾸(얼굴)에 좋은 정신이 깃든다’는 비속어를 빗대어 말하는 것을 보았다”며 “잘생긴 것을 칭찬하는 것은 좋지만 외모로 이념까지 비교하는 것은 차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생 유진솔(23)씨는 “특정 집단이나 기업 에서 얼굴로 사람을 평가하면 부당하다고 여기던 사람들이 정치인들의 외모는 스스럼없이 평가를 하는 것 같아 모순적이다”라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권 초기라는 특수성을 생각할 때 외모에 대한 이 같은 관심은 아직까진 가벼운 수준이라고 말한다. 다만 관심의 저변에 외모지상주의가 깔려 있는 만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외모패권주의’라는 우스개가 계속 강조되다 보면 ‘외모관리를 잘 해야만 성공한다’ 인식이 은연중에 확산될 수도 있다”며 “새 정권 인물들에 대한 지지를 외모가 아닌 정책과 능력을 통한 관심으로 서서히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미대선으로 빠르게 인선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검증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도 그의 외모가 ‘온화하고 자상하다’라며 좋은 평가가 계속됐지만 정작 개인 능력 검증엔 소홀했다”며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참모진들의 인성과 능력도 냉철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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