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떤 시민행사에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참석한 국회의원이 “안녕하십니까? ○○○ 의원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이 사례처럼 자신의 이름 뒤에 직함을 붙여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상대방에게 자신을 소개할 경우에는 직함을 이름 앞에 붙이는 것이 올바른 화법이다. 그래서 사병이 장교 앞에서 자신의 관등성명을 댈 때 ‘일병 ○○○’라고 하지 ‘○○○ 일병’이라고 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관등이나 직함을 먼저 대고 이름을 말하는 것에는 자신을 높이는 뜻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신분을 밝힌다는 점에서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담겨 있다. 그래서 기업체 사장이 고객들에게 편지를 보낸다면 ‘△△주식회사 사장 ○○○ 드림’과 같이 직함을 이름 앞에 쓰는 것이다.
직함을 이름 뒤에 붙이면 그 사람을 대우해 주는 뜻이 있다. 장교가 부하 사병을 ‘김 일병’과 같이 계급을 뒤에 붙여 부르는 것이나, 회사 사장이 부하 직원을 ‘김 부장(님), 이 과장(님)’처럼 부르는 것은 상대방을 대우해 주는 말하기이다. ‘김 군, 이 양, 최 여사, 박 선생, 정 반장’ 등도 모두 상대방에게 적절한 존중의 뜻을 표한 것이다.
따라서 자기를 가리켜 말할 때는 이름 뒤에 직함을 붙일 수 없다. 이는 스스로 자신을 높이는 것이므로 언어 예절에 맞지 않다. 자칫 이러한 말 한마디에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으므로 자기를 소개할 때는 ‘의원 ○○○입니다, 사장 ○○○입니다’와 같이 직함을 앞에 두어 겸손하게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스스로 낮추어 말함으로써 오히려 인격은 높일 수 있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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