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가 특히 충격적인 것은 무고한 민간인들과 이들의 생활공간을 테러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국가기관이나 공공건물, 국가적 상징물을 주로 노린 지금까지의 테러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평범한 누구라도 언제든 애꿎은 테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적 공포는 심리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
대형 테러가 터질 때마다 지적되지만, 이번에도 프랑스 당국은 보안상의 허점을 노출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테러 용의자가 범행 직후 차량을 이용해 프랑스 국경을 넘다 검문을 받았는데도 아무 조치 없이 벨기에로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엄청난 희생자를 낸 바타클랑 극장 앞에서 이 용의자의 이름으로 빌린 차량이 버려져 있는 것을 당국이 파악했음에도 당시 검문을 한 경찰은 용의자의 신분증을 확인하고도 그냥 보냈다는 것이다. 용의자에 대한 신원정보 공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테러범들이 테러에 사용한 엄청난 양의 탄약과 폭발물을 어디서, 어떻게 조달했는지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파리 시내 경기장, 레스토랑, 극장 등에서 대담한 연쇄테러를 수시간 동안 자행할 정도로 치밀하게 테러를 준비하는 동안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당국이 이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프랑스는 무슬림 인구가 전체의 10%에 달할 정도로 유럽에서 무슬림이 많은 나라다. 그만큼 자생적 테러나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될 수 있는 환경에 매우 취약하다. 이번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 세력이 무슬림 사회에 어느 정도 침투해 있는지도 규명해야 할 사안이다.
프랑스는 테러 진압 다음날인 15일 시리아 북부의 IS 거점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서방은 물론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중동 국가도 참여했다. IS 근절을 위한 군사적 대응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테러가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테러가 발호할 수 있는 토양을 없애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지만, 당장은 테러 기도를 사전에 분쇄할 수 있는 보안강화와 빈틈없는 국제공조가 급하다.
어제 터키에서 끝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테러에 공동 대응한다는 특별공동성명이 채택됐다. 점점 심각해지는 외국 테러리스트들의 급속한 유입에 대한 위협을 인식하고 정보공유, 국경통제, 항공안전 등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14일에는 시리아 내전종식을 위한 당사국 국제회담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러시아가 ‘시리아 정권 이양’ 일정에 합의했다. 시리아사태 해결에 국제사회가 적극 나서 IS 테러의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