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32명으로 확대
김수남 총장 “진상 명백히”
특검 가시화되자 부랴부랴
대검찰청이 이제야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를 대폭 확대했다. 대통령 수사가 확정되고 별도 특별검사가 가시화하고서야 검찰이 내놓은 대책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수사에 미적거리던 검찰이 달라진 분위기에 태도를 바꿔 수사 성과를 내기 위해 명운을 걸었다는 해석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최순실의 신병이 확보된 만큼 관련된 의혹에 대하여 철저히 수사하여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필요하다면 가동 가능한 검사를 모두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은 전국 검찰청 소속 검사 12명을 서울중앙지검에 파견하고 이 가운데 6명을 특별수사본부에 배치했다. 여기에 서울중앙지검 소속 부부장검사 3명과 검사 1명 등 4명을 추가로 투입해 수사팀은 22명에서 32명으로 늘었다. 2001년 이용호 게이트,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에 이어 역대 세 번째 특별수사본부로, 지방 일선청 하나에 맞먹는 최대 규모다.
뒤늦은 검찰의 수사팀 확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냉소적이다. 당초 검찰은 이 사건을 일반 고소ㆍ고발 사건을 처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했다가 의혹이 커지고 여야가 특별검사 도입을 논의하자 그제서야 특수1부를 투입했다. 또 “대통령은 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게 다수설”이라며 대통령 조사는 고려하지도 않다가 기류가 바뀌자 조사가 가능하다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검찰 입장에서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먼저 거론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민주주의 기본을 침해한 국정농단 사건을 놓고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다 정세가 급변하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커지자 뒤늦게 수사를 본격화한 것이다.
이날 여당이 검찰 수사와 별도로 특별검사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면서 검찰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은 더욱 커졌다. 특검에서 검찰 수사의 미비점이 드러날 경우 이로 인해 지게 될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구속시한 내에 피의자들의 혐의 입증이 가능할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 워낙 많고 사안이 복잡해, 피의자와 참고인들을 수사하는데 인력을 대거 투입해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체포됐지만, 사실관계는 여전히 선명하지 않은 편이다.
수사본부 확대는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조사를 대비하는 수순으로도 볼 수 있지만 실제 조사에 이르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고위간부는 “아직 의혹이 제기된 단계일 뿐”이라며 “대통령이 수사를 받겠다고 했지만 대통령 조사 시점은 진상규명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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