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단도 곤욕 치르는 주말 국회풍경
27일 토요일, 17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려 11시간 39분의 발언을 마친 후 단상을 내려왔다. 이날 새벽 4시 41분에 발언대에 오른 그는 오후 4시 20분에야 마지막 말을 마치면서 사흘 전 은수미 의원의 10시간 18분 발언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주말인데다, 세 번 째 주자로 나서 강력한 인상을 남긴 은 의원에 비해 국민적 관심사는 적었으나 시간적인 관점으로만 보면 대단한 체력과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필리버스터 이튿날, 9시간 28분을 발언하고 단상에서 내려왔던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체력이 남아 보였는데 왜 내려왔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록 깨기 경쟁도 아니고 새벽시간에 힘들게 발언했던 은수미 의원의 시간을 지켜주고 싶었다”고 했으나 이도 허사가 됐다.
필리버스터가 계속되면서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 의장단도 고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정갑윤 부의장은 새벽시간 자리를 지키며 잠을 쫓기 위해 볼을 꼬집고 눈을 비비는 모습이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기기도 했다. 흥미로만 바라볼 수 없는 2월 마지막 주말 국회 본회의장 풍경이다.
손용석기자 stones@hankookilbo.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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