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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수술 막아라… ‘수술실 CCTV 설치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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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수술 막아라… ‘수술실 CCTV 설치법’ 추진

입력
2016.08.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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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명찰 착용 의무화했지만

수술실은 적용 안돼 실효성 없어

지난 국회서 폐기된 법안 재추진

의료계 “사생활 침해ㆍ집중력 저하”

정부 “의료인 윤리 강화 방향으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최상위 대형병원인 삼성서울병원에서도 환자 모르게 의사를 바꿔 집도하는 대리수술 행위가 적발(본보 7월25일자 11면)된 것을 계기로 국회가 대리수술을 막기 위한 법령 개정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특히 야당은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수술 장면을 녹화하도록 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의료계는 환자 및 의료인의 사생활 침해, 수술 집중력 저하 우려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어 법 개정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2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 요청이 있을 경우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수술일 경우에 수술 장면을 CCTV 등으로 촬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19대 국회에서 최동익 당시 더민주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가 의료계 반대 등으로 자동 폐기된 의료법 개정안과 골자가 비슷하다. 더민주는 아울러 병원이 집도의 변경 시 환자 측에 사전 통보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는 조항을 의료법에 포함시키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김 의원은 “CCTV 설치 조항만 우선 반영해 이달 중 개정안을 낼지, 사전통보 의무화 조항까지 포함해 9월 정기국회에 법안을 제출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도 수술실 CCTV 설치를 비롯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는 “유령수술로 의사 면허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기 주저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더 늦기 전에 의료법을 개정, 수술실에서 CCTV 촬영을 허용하고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근원적 방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현행 법령이 대형병원까지 만연한 대리수술을 차단하기엔 역부족이란 인식에서 비롯됐다. 보건복지부는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대리수술 관행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던 지난해 2월 의료인 식별정보 제공, 수술 전 설명절차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발표하고, 올해 5월 개정 의료법에 의사ㆍ간호사의 명찰 착용을 의무화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수술실은 감염 우려 등을 들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고, 수술실 외벽에 집도의 사진·이름을 게시하도록 한 ‘수술실 실명제’는 아예 법에 반영되지 않았다. 또 수술 의사를 변경할 때 사전에 환자나 보호자에게 서면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표준약관이 지난달부터 시행됐지만 위반 시 처벌 규정이 없다. 수술 과정의 폐쇄성을 감안할 때 이러한 수준의 조치로는 환자나 보호자가 대리수술 행위를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 수술실 CCTV 설치가 대리수술 방지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20대 국회에서도 법안 통과를 낙관하긴 이르다. 의료계는 ▦여성 환자의 외과수술 장면 등 민감한 정보 유출에 따른 인권 침해가 우려되고 ▦환자와 의료인간 신뢰관계 형성이 어려워지며 ▦의료인이 감시 대상이 되면서 방어적인 진료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주된 반대 논리로 삼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법안이 발의될 경우 곧바로 (반대) 의견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의사단체 관계자는 “대리수술이 의심스러운 장면이 포착되더라도 당사자가 협진 등을 핑계로 들면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설령 입증하더라도 현행 의료법상 기껏해야 자격정지 처분에 그칠 것”이라며 “사기죄, 상해죄 등 기존 형법을 적용해 엄단하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도 대리수술 근절 대책으로 의료법 추가 개정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모든 문제적 상황을 법규 개정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수술동의서 작성기준 강화 등 조치가 이미 마련돼 있는 만큼 이를 준수하도록 의료인 윤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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