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인공지능과의 협업시대, '사회'도 업그레이드 하라

알림

인공지능과의 협업시대, '사회'도 업그레이드 하라

입력
2016.03.12 04:40
0 0
인류는 '똑똑한 기계' 인공지능과의 공존 방법을 고민할 때가 됐다.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법과 제도, 윤리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류는 '똑똑한 기계' 인공지능과의 공존 방법을 고민할 때가 됐다.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법과 제도, 윤리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50년 서울의 한 건물 앞.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하고 구별하는 인공지능(AI) 경비 로봇이 전과자와 얼굴이 닮았다는 이유로 한 출입자를 저지한 뒤 신분증 제출을 요구한다. 인공지능에게 이러한 권한을 부여해도 될까. 만약 이를 허용하지 않아 범죄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을 계기로 AI 혁명이 우리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교차하고 있다.

과학계와 산업계에서는 AI의 긍정적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AI를 활용, 고객에게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싱가포르개발은행은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으로 우수 고객의 투자 선호도를 파악, 맞춤형 자산관리를 해 주고 있다. 미국 법률회사 로스인텔리전스도 조사 업무의 효율 향상을 위해 왓슨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머크는 인공지능 기술로 치료 대상에 꼭 맞는 신약 후보 물질을 가려내 연구 효율을 15%나 높였다.

AI가 일반화한 미래의 병원에선 ‘30분 대기, 3분 진료’란 말도 사라질 것이다. 의무기록을 입력하거나 검색하는 작업을 인공지능이 대체하면 의사의 단순 업무가 줄어들어 환자와 눈을 맞춘 문진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인공지능은 단순 ‘자동화’와도 다르다. AI 덕분에 제조업의 경쟁력 요소가 인건비 절감이 아닌 시스템 지능화로 바뀌면서 선진국에선 오히려 제조업으로 회귀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조성대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인간과 인공지능은 상호보완적인 협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잘 하거나 어려워하는 일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계산량이 많으면 힘들어 하고, 로봇은 자연스럽고 창의적인 동작이 쉽지 않다. 인공지능과의 협업으로 인간의 노동 시간이 줄어들면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직업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AI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인공지능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지겠지만 문제는 이런 서비스를 누구나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느냐다. 시장조사업체 트랙티카는 기업용 인공지능 시장이 지난해 2억달러 수준에서 2024년 111억달러 연평균 56.1%씩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우수한 인공지능을 보유한 일부 기업이 독점하며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격차가 벌어지면 후발 주자의 추격도 쉽지 않다. ‘승자독식’을 막으려면 인공지능을 사회 전체의 공공 기반기술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인공지능 로봇 가격은 연평균 10% 이상 계속 하락하고 있는 반면 근로자 임금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5년 한국 제조업 노동력의 40%는 로봇이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게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이 예술 창작이나 뉴스 서비스 같은 영역으로 확장되면 신시장이 열리고 문화적 다양성도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 권력층에 의해 정치 사회적인 이슈들이 특정 방향으로 조작ㆍ유도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남용과 오작동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과 함께 새로운 법과 규제 체계 등도 마련돼야 한다.

최근 미국의 한 대형마트는 흑인 바비인형을 백인 바비인형보다 2배 가량 비싸게 팔아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인공지능 서비스가 확산되면 소비자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 제공자의 윤리적 시각이 이보다 더 큰 차별을 부를 수도 있다. 쇼핑센터가 고객 맞춤형이라는 명목 아래 인종차별적인 알고리즘을 도입해도 소비자는 알 길이 없다.

인공지능은 입력된 알고리즘에 따라 내린 판단을 행동으로 실천한다. 알고리즘 자체에 오류가 있다면 판단이나 행동의 결과는 잘못될 수 밖에 없다. 기계에게 권한과 책임을 어디까지 부여할지도 지금으로선 답이 없다.

테러리즘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뒤 미국과 유럽에서 폐쇄회로(CC)TV에 인공지능 기술을 넣는 연구가 진행되자 인공지능을 대중 감시 도구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인공지능 개체가 입수한 개인정보를 시스템 전체가 공유하면 사생활 침해 위험은 더욱 커진다. 인공지능의 윤리적 타당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요구된다. 알파고 개발사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40) 대표는 모회사인 구글에 자신의 팀을 통제할 수 있는 윤리위원회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의 윤리적 위험성을 개발자조차도 경계한다는 의미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기술만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영역은 남는다. 가장 시급한 건 이를 부각시키며 기계와 공존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체계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인공지능 기술영향평가에 참가한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미래산업연구팀장은 “암기와 연산, 정보획득 위주의 교육 패러다임을 창의성과 사회성, 감성, 협업, 종합적 사고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