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현 기자

등록 : 2018.05.30 04:40

[집 공간 사람] 전국에서 가장 작은 집... 가로폭 1.9m, 면적을 사수하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맥스미니움

등록 : 2018.05.30 04:40

#골조ㆍ단열ㆍ마감 세울 여유도 없어

양 벽 폴리카보네이트로 채광ㆍ단열

노출콘크리트로 구조ㆍ마감 해결

#“좁다ㆍ넓다 느끼는 감각은 상대적...

작다고 비워놓으면 더 좁게 느껴져”

mm단위로 설계한 흔적 곳곳에

서울 마포구 신수동 한 주택가에 지어진 협소주택 ‘맥스미니움’. 건물 가로 폭이 약 1.9m로 건축가가 설계한 집 중 전국에서 가장 작은 집이다. 박영채 건축사진작가 제공

대지면적 30㎡(9.07평), 건축면적 12.61㎡(3.81평). 지난해 서울시 마포구 신수동 한 골목에 지어진 맥스미니움(Maxminimu)은 서 있다기 보다는 끼워져 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건축주인 강태욱 협소주택팩토리 대표는 집과 집 사이 주차장으로 쓰이던 땅을 매입해 집 짓기에 도전했다. “작은 집 중에서도 가장 작은 집을 짓고 싶었다”는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인 김인철 건축가를 찾았다.

작아도 너무 작은 집

정면은 노출 콘크리트, 옆면은 폴리카보네이트로 마감해 면적을 최대한 확보했다. 박영채 건축사진작가 제공

부동산 컨설팅업을 하던 강 대표가 협소주택에 관심을 갖고 회사를 만든 건 2년 전쯤이다. “당시 협소주택이 여기저기 만들어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건축주들 대부분이 자기가 지으려는 집이 어떤 건지 모른 채로 일을 추진하더군요. 예를 들어 다섯 평짜리 공간에 산다는 것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어요.”

강 대표는 협소주택을 지으려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일종의 모델하우스 격으로 이 집을 짓기로 했다. 협소주택의 아이콘이니만큼 최고로 작아야 했고 디자인의 묘도 최고로 잘 살려야 했다. 그가 찾은 “최고의 건축가”는 김인철 아르키움 대표다. 강남역 ‘벌집 빌딩’으로 알려진 어반하이브를 비롯해 김옥길 기념관, 파주 웅진 사옥 등 수많은 작품을 남긴 그에게도 “이렇게 작은 집은 처음”이었다.

옆면의 폴리카보네이트 마감. 온실 재료로 개발된 반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두께에 비해 단열 효과가 뛰어나다. 박영채 건축사진작가 제공

“예전에 협소주택을 지어본 적은 있지요. 그런데 TV에 한 번 나가고 나니까 전국에 자투리땅 가진 사람들이 다 연락을 해오는 거예요. 전부 물렸지요. 이번에도 안 하려고 했는데 들어보니 땅이 열 평이 안 된다더군요. 작아도 너무 작은 거죠.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막상 설계에 들어가니 조건은 더 열악했다. 가로폭 4m 남짓에서 일조권 사선제한과 건폐율 등으로 면적을 떼주고 나니 남은 건 2m가 채 안됐다. 건축가의 할 일은 최대한 면적을 사수하면서 위로 올리는 것뿐. 골조를 세우고 단열재와 마감재를 붙이고 있을 여유가 없어, 구조체가 곧 마감재 역할을 하는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양 벽면에는 온실용으로 개발된 반투명한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를 써서 채광과 단열을 한꺼번에 해결했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얇은 두께(2.4㎝)에 비해 안에 공기층이 있어서 단열성이 우수합니다. 반투명이라 빛이 은은하게 들어오는 효과도 있고요. 이 집은 양쪽에 주택들이 바짝 붙어서 전망이랄 게 따로 없었기 때문에 유리 창문은 2층에 작게 하나만 내고 전체적으로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했습니다.”

1층 현관. 자연스럽게 녹이 스는 내후성 강판을 사용해 작은 울타리를 쳤다. 박영채 건축사진작가 제공

1층은 사무공간, 2층은 주방, 3층은 침실과 화장실로 구성된 건물에는 2.5층을 만들었다.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중간의 계단참을 조금 더 깊게 파서 작은 책상과 수납장을 짜 넣은 것. 협소주택에 많이 적용하는 스킵플로어(반 층씩 올라가는)구조로, 집 안에 1.5층 높이의 공간을 둘 수 있어 답답한 느낌을 해소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건물 중간에 놓인 두터운 콘크리트 벽이다. 계단폭이 40㎝에 불과한 이 극단적인 공간에서 건축가는 굳이 20㎝ 두께의 벽을 건물 가운데 설치했다. 그는 “일종의 가림막 역할”이라고 했다.

“우리가 좁다, 넓다를 느끼는 감각은 상대적이에요. 좁은 계단을 올라와서 생각지 못한 공간이 확 나타날 때 우리는 넓다라고 느낍니다. 이 벽은 앞에 나올 공간을 미리 보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이에요. 좁은 공간일수록 더 많은 공간의 연출이 필요합니다. 작다고 텅 비워 놓으면 공간이 한 눈에 파악돼 더 좁게 느껴져요.”

2.5층에서 본 2층 주방과 3층 침실. 계단참을 활용해 1.5층 높이의 시원한 공간을 만들었다. 박영채 건축사진작가 제공

3층 침실에서 본 2.5층의 수납장. 레일형 사다리를 달아 윗층 수납장까지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침대에 누우면 TV와 눈높이가 맞는다. 박영채 건축사진작가 제공

“좁은 공간일수록 더 많은 연출 필요해”

건물에는 건축가가 “㎝단위가 아닌 ㎜단위로 설계한”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람 어깨 너비만한 계단은 물론이고 변기와 세면기도 시중에서 가장 작은 것을 찾아냈다. 수납장엔 레일 사다리를 달아 위까지 활용할 수 있게 했고, 화장실 벽은 타일 두께조차 아까워 철판으로 마감했다.

극한까지 밀어붙인 설계는 지하층에서 한숨을 돌린다. 맥스미니움의 가장 특이한 점은 지하가 있다는 것이다. 15.13㎡(4.57평) 크기 정방형의 방은, 1층 8.63㎡(2.6평), 3층 7.62㎡(2.3평)과 비교하면 황송할 정도로 넓게 느껴진다. 수직으로만 뻗어 있는 지상층에 비해 수평의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통상 협소주택을 짓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적은 예산 때문에 지하 만드는 걸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꿔 지하부터 확보하는 게 영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과거엔 습기차고 어두운 공간이었지만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 얼마든지 지상처럼 쾌적하게 쓸 수 있어요. 무엇보다 사선제한 같은 제약이 없기 때문에 땅을 전부 쓸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2층 주방. 작은 식탁이지만 4명까지 앉을 수 있다. 박영채 건축사진작가 제공

2층 주방에서 본 2.5층. 계단폭이 40㎝로 사람 어깨너비만 하다. 박영채 건축사진작가 제공

원래 상주용 건물로 지었지만 현재 맥스미니움은 게스트하우스로 활용 중이다. 건축주는 “애초에 협소주택의 다양한 활용도를 기대하며 이 건물을 지었다”고 말한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불어온 협소주택 열풍을 보면서 흥미와 함께 우려하는 마음을 표했다. “어느 동네에 다섯 평짜리 집이 있다 길래 보러 갔는데 이면도로에 위치한 데다 겉을 흰 스터코(소석회에 대리석 가루와 찰흙을 섞은 외장재)로 마감했더군요. 이 집을 지은 사람들이 막상 살아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건물은 어떻게 될까요.”

지하층. 약 4.5평으로 지상층에서 느끼지 못한 수평적인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박영채 건축사진작가 제공

그는 협소주택을 꿈꾸는 이들에게 거주 외 다양한 용도를 염두에 두고 집을 지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예를 들어 협소한 공간에 질려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로 용도를 전환할 경우를 대비해 디자인이나 위치를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작다는 건 협소주택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작기 때문에 평생 살기는 어려운 반면에 작기 때문에 특별한 공간이 될 수 있어요. 건축주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집을 지어야 몇 년 뒤 수많은 건축 폐기물이 양산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신수동 맥스미니움 단면도. 아르키움 제공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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