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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노무현입니다’

입력
2017.06.0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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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극장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중 관객이 가장 많았던 것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다. 480만명. 2위는 ‘워낭소리’로 293만명이다. 다큐를 포함한 이른바 다양성 영화는 소수의 마니아만 관람하기 때문에 관객 1만명 모으기도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님아…’나 ‘워낭소리’는 상업영화 관객 1,000만명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둘을 잇는 다큐가 바로 ‘노무현입니다’다. 5월 25일 개봉한 ‘노무현…’은 6월 1일까지 87만여명이 관람했으니 이것만으로도 다큐 중 관객 동원 3위 기록이다.

▦ 정치인 노무현과 인간 노무현의 면모를 함께 보여 주는 ‘노무현입니다’에서 인상적인 것은 영화 내용이나 장면이 아니라 관객의 눈물이다. 불이 꺼지고 실내가 깜깜해지면 그때부터 눈물을 닦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상업영화라면 그리 슬프거나 분통이 터지지 않을 장면인데도 눈물을 흘리고 코를 훌쩍거린다. 그들의 작은 울음에 옆 자리의 또 다른 관객이 눈물을 함께 닦고 앞뒤 좌석의 관객들도 어깨를 들썩거린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바탕 눈물을 흘릴 작정을 하고 아예 손수건이나 화장지를 들고 찾아온 관객이다.

▦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눈물샘에서 나오는 단순한 분비물이 아니다. 눈물은 상처와 슬픔, 연민과 동정 그리고 가끔은 기쁨과 환희를 상징한다. 모든 감정의 끝이 눈물이라고 하는 것도, 한바탕 눈물을 흘리면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무현입니다’를 보며 눈물을 닦은 관객의 심리도 비슷한 것 같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이제껏 노무현의 죽음을 대놓고 슬퍼하기가 조심스러웠다는 대답이 많다. 그들 또한 노무현의 죽음을 크게 아파하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못하고 죄책감을 씻지 못한 채 살아 왔다는 것이다.

▦ 그런 점에서 누군가에게 ‘노무현…’은 마음의 상처를 쓰다듬고 미안함을 덜어줄 일종의 치유제라 할 수 있다. 물론 노무현을 바라보는 눈이 사람마다 다를 테고 이 영화 한 편으로 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생각이 크게 변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그의 친구 문재인이 막 대통령이 된 지금 노무현의 극적인 삶과 죽음을 극장에서 다큐로나마 간단히 돌아보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계에는 6월 첫째 주말에 관객 100만 명을 넘어서고 그 뒤 150만, 200만 명도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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