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청 이어 소비자 위원회 등
美 정부 차원서 이례적 발표
“애플 반사 이익 등 노린
의도적 삼성 때리기” 분석도
세계 각국서도 잇단 사용 제동
삼성 손실 규모 2조원 넘을 듯
삼성 “사용 중단” 권고 대책 안간힘
배터리 결함 문제로 전량 리콜(새 제품 교환)을 결정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에 대해 각국 정부와 삼성전자가 사용 중단을 권고하면서 관련 사태의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리콜 결정이 삼성전자에 단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논란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손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한국, 미국의 갤럭시노트7 이용자들에게 즉시 사용을 멈추고 대체 스마트폰으로 교환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전자는 11일 캐나다, 대만 등 다른 8개국에서도 같은 조치를 내렸다. 현재 갤럭시노트7 이용자는 국내 40만여명을 포함해 10개국에서 14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미 국내외에 풀린 갤럭시노트7 약 250만대에 대해 유례없는 선제적 리콜 결정을 내렸던 삼성전자가 사용 중단 권고라는 후속 조치를 내놓은 것은 각국 정부에서 잇달아 갤럭시노트7 사용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항공기 내에서 갤럭시노트7을 충전하거나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고, 다음날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일상 생활에서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이후 유럽항공안전청(EASA), 일본 국토교통성, 캐나다 교통부와 싱가포르ㆍ대만 등의 항공사도 잇달아 같은 내용의 공지를 내놨다. 이에 삼성전자는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 정부 결정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앞장서 갤럭시노트7 사용 중단을 권고한 것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외국 기업 때리기’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미 전량 리콜 계획을 밝혔는데도 미국 정부 차원에서 사용 중지 권고를 내린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정부가 조치를 내리기 전부터 미국의 일부 소비자단체와 정보기술(IT) 매체들은 강력한 조치를 내리도록 촉구했는데, 이는 북미 지역 스마트폰 판매량 1위인 삼성전자가 논란에 휩싸이면 미국 기업인 애플이 반사 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손실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리콜 발표 직후만 해도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회수한 갤럭시노트7에서 정상 부품을 빼 재활용하거나 리퍼폰(결함이 있는 부품을 바꿔 재조립해 정상가보다 저렴하게 파는 휴대폰)으로 내놓아 손실을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추가 폭발 주장이 계속 제기되면서 삼성전자가 회수한 제품을 다시 시장에 내놓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전량 폐기를 결정하면, 리콜 절차에 드는 비용과 소비자 피해보상액 등을 더해 손실 규모가 2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병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가 상반기 내놓은 갤럭시S7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을 상당히 끌어올렸기 때문에 미국 업체들이 삼성전자를 견제할 목적으로 자국 정부와 제도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가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정상 제품으로 교환을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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