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피 업무 도맡지만… 푸대접 여전
알림

기피 업무 도맡지만… 푸대접 여전

입력
2015.07.12 16:21
0 0

기간제 교사 5년 새 2배↑

절반 이상이 담임 맡아

정규직 복직하면 기간제는 해고

서울 A중학교 3학년 2반의 담임이었던 김지혜(가명ㆍ32) 교사는 지난해 12월 초 느닷없이 학교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기간제 교사인 김씨는 학교와 6개월 계약을 맺었는데 휴직 중이던 정규직 교사가 예정보다 빨리 복직했기 때문이다. 그는 “기간제 교사지만 담임에다 초과 수업까지 했다”며 “아이들 졸업식도 보지 못했지만 평판이 나빠질까 학교측에 하소연 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은 교육계의 뿌리깊은 문제 가운데 하나다. 세월호 참사에서 학생을 구하려다 희생된 기간제 교사들이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은 정규직 교사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대우를 받는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 전국 초ㆍ중ㆍ고교 기간제 교사의 절반 이상이 담임을 맡는 등 정규직 교사와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고용 조건 및 업무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기간제 교사의 규모는 최근 5년간 2배 가까이 급증할 정도로 공교육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어,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기간제 교사는 정규교사의 휴직ㆍ휴가 등으로 생긴 학교 수업의 공백을 메우거나 특정 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하게 하기 위해 도입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그 규모는 2010년 2만4,831명에서 지난해 4만1,033명으로 5년 사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사 선발 인원 축소와, 누리과정 등으로 인한 교육부의 예산 부족 때문이다. 값싼 기간제 교사를 고용해 학교 현장의 공백을 해소하는 셈이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는 정규 교사와 동일한 업무, 나아가 그들이 꺼리는 궂은 일도 도맡아 하고 있다. 실제로 12일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학교 담임 배정 현황’에 따르면 올해 전국 기간제교사 4만2,000명 중 53%(2만2,000명)가 담임을 맡고 있다. 전체 담임 교사 10명 중 1명 이상(11%)이 기간제 교사인 것이다. 정 의원은 “을(乙)의 입장인 기간제 교사가 학교의 눈치를 봐야 해 교사들이 꺼리는 담임 업무를 떠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분과 처우에선 차별을 겪는다. 지난해 동국대 산학협력단이 교육부에 제출한 ‘기간제 교원의 역할 및 제도개선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1만4,762명의 기간제 교사 중 37.8%가 ‘기피 업무를 맡게 된다’고 답했다. 32.3%는 ‘과다 업무’를 지적했고, 29.9%는 ‘업무 분장을 결정할 때 아예 논의에서 제외된다’고 답했다.

고용 불안도 기간제 교사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짐이다.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해임된 경험이 있다’는 기간제 교사들은 부지기수다. 다른 직종의 경우 일정 기간 근무를 하면 사실상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만, 기간제교사는 ‘임용고시’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무기계약직 전환은 불가능하다. 신분상의 약점은 단기간의 근로계약 체결과 해지가 반복되는 ‘쪼개기 계약’, 퇴직금ㆍ육아휴직수당 미지급 등의 피해로 연결된다. 정 의원은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 부족이 심각한데 교육부는 정규교사를 늘리지 않고 기간제 교사로 땜질 처방을 하면서 처우 개선에는 팔짱을 끼고 있다”며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