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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갑' 금융당국 워크아웃 종용도 낙하산 인사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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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갑' 금융당국 워크아웃 종용도 낙하산 인사 조장

입력
2015.05.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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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행 천문학적 돈붓기 대가로 기업에 퇴직자 입성 보상 심리 작용

법정관리는 사회적 파장 커 기피, 당국 책임 전가식 보신주의 만연

"채권단에 부당한 압력 차단, 워크아웃제도 전면 손질 필요성"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과정에서 채권단 출신 퇴직자들이 이사나 감사 등 요직을 차지하는 것은 워크아웃의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이 깊다. 채권은행들은 회생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기업이 아니라면 통상 워크아웃보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선호한다.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는커녕 더 많은 신규 지원을 해주는 등 발을 더 깊이 담가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벼랑 끝에 몰린 상당수 기업이 법정관리가 아닌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건 물밑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당국의 힘이 크다는 지적이다. 사회적인 파장이 큰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을 압박하는 식의 금융당국의 보신주의로 기업 구조조정 과정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채권 금융기관 사이에선 “대출해준 500억원을 받아내기 위해 워크아웃 중인 기업에 1,000억원을 지원하라는 식의 압박이 이어졌다” “추가 지원을 거부하자 애국심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어야 했다”는 등의 불만들이 쏟아진다. 채권은행들이 퇴직자들을 워크아웃 기업으로 무혈입성시키는 것도 금융당국에 의해 짊어지게 된 손실을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받겠다는 심리가 깔려있는 셈이다.

워크아웃 선호하는 금융당국

성동조선은 2010년 3월 채권단 자율협약으로 워크아웃에 돌입한 후 약 5년간 2조원에 가까운 신규자금이 지원됐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에만 3,39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채권단인 우리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은 지난달 4,200억원 신규 자금 지원안을 부결시켰고 이 회사는 법정관리 초읽기에 들어선 상태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채권단 내에서 결국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강해졌지만 금융당국의 만류로 추가 지원이 이뤄졌다”며 “결과적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된 셈”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건설업계 시공능력 25위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유동성 위기에 몰린 동부건설이 1,000억원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했다. 산은 관계자는 “언제까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법정관리에 들어서면 채권채무가 동결돼 오히려 회생의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법정관리 행을 두고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상당한 마찰을 겪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사회적인 파장이 덜하고 금융기관들에 일정한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워크아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전직 인사는 “기업이 어려워지면 정치권이나 금감원은 하청업체의 피해가 적은 워크아웃으로 유도하려 하지만 금융사들은 더 이상 피해가 커지는 것이 싫어 차라리 법정관리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워크아웃 중인 기업들은 대부분 조선이나 건설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업종이다.

하지만 상당수 금융회사들은 워크아웃을 통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느니 차라리 법정관리를 통해 손실을 확정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들의 채권 회수율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2010년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 중 2014년 말 기준으로 졸업한 기업 비중은 24.3%에 불과하다.

워크아웃 제도 개정 필요성

이 같은 마찰은 2013년 9월 이른바 ‘동양 사태’가 발발한 이후 더욱 커지고 있다. 당시 동양그룹의 일부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1조원 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불완전 판매에 따른 피해자가 속출했다. 최수현 당시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책임자들은 이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퇴 압박을 받았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임원은 “동양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어떻게든 추가로 법정관리기업이 나오지 않게 하는 데 급급했고, 이로 인해 법정관리 대신 워크아웃을 유도하려는 압박의 수위가 강해졌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 신청이 승인된 것은 2013년 10월29일로 동양사태가 터진 직후였다.

문제는 이로 인해 워크아웃 제도의 당초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워크아웃은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협약으로 제 3자가 끼여들 여지가 없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사실상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실질적인 주채권은행”이란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

워크아웃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정, 특히 금융당국의 역할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의 50% 이상이 중재를 요청하면 금융감독원이 채무조정안을 조율케 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할 예정이다. 암묵적으로 이뤄져 왔던 금융당국의 개입에 대해 가인드라인을 분명히 명문화하되, 무차별적인 개입은 차단을 하자는 것이다.

금융당국 스스로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권력의 개입이나 요구에 대해 감독 당국이 단호히 차단하고 당국 스스로도 채권단에 부당한 압력을 넣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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