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수나 매출액이 적다는 이유로 대학병원 교수의 의사 겸임 자격을 박탈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진료 실적만 보고 의대 교수의 성과를 평가하면, 결과적으로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음을 지적한 판결로 해석된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6일 한양대 총장이 박모 교수의 임상 전임교수 겸임 해지 조처를 취소하도록 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결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진료실적을 기준으로 의대 교수를 평가하게 되면 임상 전임교수에게 병원의 매출액 증대라는 심리적 부담을 줘, 결과적으로 과잉진료를 유발하거나 의대생 및 전공의 등에게 의학연구 및 의료윤리 등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등 부작용을 가져올 염려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한양대가 2016년 2월 박교수에 대해 임상 전임교수 지위를 잃게 되는 ‘겸임ㆍ겸무 해지 대상’이라는 통보를 하면서 시작됐다. 임상 전임교수 자격이 박탈되면 의과대학에서 강의만 가능하고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상대로 진료를 보거나 전공의를 교육할 수 없게 된다.
박 교수가 이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자 교원소청심사위는 “해지 근거가 된 ‘의료원 겸임ㆍ겸무 시행세칙’ 규정이 교원 지위를 불합리하게 제한한다”는 등의 이유로 해지 취소를 결정했다. 그러자 한양대는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학교 측의 겸임ㆍ겸무 시행세칙을 보면 ▦최근 3년간 ‘진료실적’ 평균 점수가 50점에 미달하거나, 소속병원 전체 진료교원 평균 점수의 50%에 미달하는 사람 ▦병원의 명예와 경영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친 사람을 겸임ㆍ겸무 해지 심사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진료실적은 순매출(50점), 순매출 증가율(15점), 환자수(20점), 타병원과 매출비교(15점) 등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1ㆍ2심은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하는 역할과 책무에 비춰볼 때 임상 전임교원의 겸임해지를 심사하면서 의사의 환자 유치와 매출액 증대 역할에만 초점을 맞춰 평가하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조차 인정할 수 없다”며 세칙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1심은 박 교수에 대한 환자들의 민원 등을 이유로 한 해지처분은 적법했다며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환자들의 민원 등이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는 증거가 없다며 위원회의 결정이 옳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따라 박 교수에 대한 대학의 겸임 해지처분이 위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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