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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목되는 신세계의 ‘주 35시간 근무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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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목되는 신세계의 ‘주 35시간 근무제’ 실험

입력
2017.12.10 19: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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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그룹이 내년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한다고 한다. 일부 중소 기업이 부분적 주 4일 근무제 등을 통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는 있으나 재계 10위권의 대기업이 법정근로시간(주 40시간) 이하로 모든 임직원의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사회적 문제의 심각성에 비춰 볼 때 신세계의 이번 계획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꾸준히 줄어들고는 있으나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지난해 기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다. 이마저도 조사 방식을 달리했다면 2,241시간에 이른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니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어울리지 않는 과로 국가인 셈이다. 장시간 노동은 필연적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일상을 피폐하게 만들며 출산율이나 소비 지출 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국회가 휴일수당 할증 폭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도 최대 근로시간은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나, 정부가 행정해석 폐기를 통해 최대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밝힌 것 모두 장시간 노동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신세계 측이 밝힌 ‘주 35시간 근무제’의 취지는 “휴식 있는 삶을 제공하고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맞춰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도록 하되 업무의 성격에 따라 1시간 일찍 또는 늦게 출퇴근하도록 하는 등 근무시간 또한 유연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자녀 등ㆍ하교 등 육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저녁이 있는 삶’도 가능하게 된다. 게다가 일하는 시간은 줄여도 임금은 깎지 않겠다고 하니 이 또한 의미가 적지 않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임금을 삭감하면 또 다른 논란이 될 수 있는데 이를 피한 셈이다. 다만 일하는 시간은 줄이면서도 고용은 늘리지 않기로 한 것은 아쉽다. 심각한 청년실업 등을 생각하면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 증가로 이어져야 사회적 의미가 더 커진다.

재계가 신세계의 ‘주 35시간 근무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사업장마다 업무의 성격과 방식이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신세계처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장시간 노동을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 지금은 충분한 휴식 속에서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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