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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로 빛 못 본 고분군, 송파에 300여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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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로 빛 못 본 고분군, 송파에 300여곳”

입력
2017.05.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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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동고분군 발굴현장

발굴 면적만 3100㎡ 달해

적석총은 장군총 크기와 비슷

“집값 하락” 주민 발굴 반대 여전

15일 한성백제박물관 조사단이 서울 석촌동고분군에서 백제 한성기 돌방무덤으로 추정되는 고분터를 조사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15일 한성백제박물관 조사단이 서울 석촌동고분군에서 백제 한성기 돌방무덤으로 추정되는 고분터를 조사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기존 단독으로 발굴된 무덤과 달리 누군가의 무덤이 형성된 후 다음 세대 무덤을 잇대어 만든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15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고분군 발굴현장에서 만난 최진석 한성백제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수많은 돌로 가득 채워진 무덤터를 가리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고분공원 1호분과 2호분 사이에 펼쳐진 발굴현장은 면적만 약 3,100㎡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였다. 이 중 적석총(돌무지무덤)으로 보이는 규모는 사방 40m로, 이는 고분군 공원에 복원돼 있는 3호분(가로 50m 세로 48m)이나 중국 지린성에 있는 고구려 장군총(장수왕 무덤으로 추정)과 비슷한 규모의 초대형 무덤이다. 이날 챙 넓은 모자를 쓴 발굴단 15명은 이를 다시 10여개의 단위구로 나눠 면밀한 조사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무덤 형성시기나 매장 목적이 다르다고 추정되는 지점을 나눠 놓은 것이다. 한성백제 시대를 살다 간 여러 사람의 무덤과 다양한 목적의 시설물이 함께 발굴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조사는 2015년 지름 50㎝의 작은 구멍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그해 봄 공원관리소가 1호분과 2호분 사이의 잔디밭에 작은 구멍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싱크홀’을 우려해 송파구청에 이를 알렸다. 구청과 한성백제박물관이 5~6월 긴급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구멍은 1980년대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철거된 가옥의 우물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조사단이 놀란 것은 이때부터였다. 우물터를 확인하기 위해 땅을 파다 보니 한성백제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돌무지무덤의 구조물이 발견됐고, 이 구조가 바깥으로 연장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연장선을 따라 발굴터를 확장해 나가다 보니 2개의 목곽(관)묘 터, 유리구슬, 토기, 금속 장신구 등 4세기 중후반 한성백제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만 5,000여점이 쏟아졌다. 정밀조사를 벌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석촌동고분군에 새롭게 발견된 적석총 터를 조사하기 위해 지지대를 세워뒀다. 한성백제 시기 주민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기와가 돌무덤 곳곳에 끼여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석촌동고분군에 새롭게 발견된 적석총 터를 조사하기 위해 지지대를 세워뒀다. 한성백제 시기 주민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기와가 돌무덤 곳곳에 끼여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하지만 법령 상 문제가 없다고 해서 무조건 정밀조사를 벌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공원 한가운데 위치한 잔디밭을 파기 시작하자, 인근 주민들이 공원을 훼손한다며 반발했다. 심지어 일부 주민은 “유적지가 또 발견되면 집값이 떨어진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을 설득하는 지난한 시간이 이어졌다. 최 연구사는 “주민 분들에게 유적과 유물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동네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 알려 가며 설득했다”며 “여전히 반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발굴현장을 지나가면서 응원해 주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고 웃었다.

송파구 주민들의 반대는 1980년대 도시 난개발의 잔상이 여전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석촌동고분은 1987년 1, 2호분과 적석층 석곽묘 조사를 끝으로 발굴작업이 중단됐다. 당시 이 일대에 살던 주민들을 이주시키면서 비닐, 생활잡기 등 쓰레기를 땅에 묻고 그 위를 잔디밭으로 덮은 것이 현재 발굴현장의 중심부다. 그만큼 유적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이를 확인해 보려는 노력도 없었다.

이날 발굴현장 터 측면에도 검은색 띠가 선명하게 보였다. 과거 주민들이 사용했던 연탄 흔적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초기 조사 과정에서 신발, 똥통, 건물잔해 등 생활폐기물만 약 800여톤이 나왔다. 이 같은 개발중심과 도시난개발로 빛을 보지 못한 고분군이 송파구 일대에만 300여곳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 연구사는 “이번 발굴은 석촌동고분군이 백제한성기의 왕릉지구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잔디밭을 벗어난 곳까지 고분이 연결된 양상을 보이는 점 등 아직 더 많은 연구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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