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 "靑 지시 수행 탓 구조 지연" 與 "녹취록 왜곡" 반발… 5시간 중단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가 2일 사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진위를 둘러싼 여야간 신경전으로 5시간 동안 중단되는 등 파행했다. 회의가 중단되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이날 해경을 상대로 한 기관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수행하느라 해경이 구조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게 파행의 발단이었다. 김 의원은 “사고 당일 오전 9시50분 청와대에서 (사고현장) 화면을 보여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며 “VIP(박 대통령)가 그것을 제일 좋아하고 그게 제일 중요하다며 그것부터 하라고 끊임없이 말해 (해경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즉각 반발했다. 특위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녹취록 어디에 ‘VIP가 영상을 좋아한다’는 내용이 있냐”며 “사과하기 전까지는 회의 진행을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청석에서 회의를 지켜보던 희생자 가족대책위가 회의를 서둘러 진행하라고 촉구하자, 조 의원은 “당신 누구냐”라고 큰 소리를 내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김 의원이 “직접 대통령의 발언은 없었다”고 사과하면서 국정조사는 재개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후 회의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김 의원의 특위 위원직 사퇴를 요구하며 회의장을 떠나면서 5시간 넘게 중단됐다. 새누리당은 나아가 김 의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향후 특위운영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가족 대표단은 국정조사 파행이 길어지자 심재철 특위 위원장과 새누리당 특위위원들이 모여있던 새누리당 세월호국정조사 상황실을 찾아 국정조사장으로 들어가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특위 위원들이 협의가 필요하다며 발을 떼지 않자, “새누리당이 괜한 트집잡기를 하고 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족들은 특히 심 위원장 등이 회의가 파행을 빚는 동안 증인으로 소환된 해경청장을 따로 만난 데 대해 분노하며 성명을 내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국정조사는 오후 7시 30분 속개됐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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