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의 사촌 언니 박 여사 박정희 前 대통령 중매로 결혼
'2인자' JP 박정희정부서 승승장구, 갈등 끝 총리 경질되며 소원해져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부인인 고(故) 박영옥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현직 대통령이 직접 문상에 나서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 멘토'였던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2013년 5월 별세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누구의 빈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박 여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셋째 형의 딸로, 박 대통령의 사촌 언니다. JP는 박 대통령에게 사촌 형부다. 1951년 결혼한 JP 내외의 중매를 선 것은 박 전 대통령이었고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결혼 선물로 황소 한 마리를 선물했다.
이런 가족사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과 JP 내외는 그다지 친밀한 사이는 아니었다. 친ㆍ인척으로서 품은 혈육의 정과 서로 엇갈리는 정치 행로를 걸어 온 박 대통령과 JP가 주고 받은 미움과 견제가 공존한 미묘한 관계였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조문에 자연스레 정치권의 눈길이 쏠렸다.
박 대통령, 빈소에서 JP와 8분 간 독대
박 대통령은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진 박 여사의 장례식장을 전격 방문했다. 박 대통령의 공식일정에는 없던 조문이었다. 조윤선 정무수석과 민경욱 대변인 등 극소수의 참모들만 박 대통령을 수행했다. 박 대통령은 빈소에 도착해 박 여사의 영정 앞에 헌화한 뒤 JP의 두 손을 잡고 "가시는 길 끝까지 정성을 다해 보살펴 주신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위로의 말을 건넸다. JP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렸다. JP는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앉아 박 대통령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JP 내외의 자녀 등 상주와 유족들을 일일이 위로했다.
이어 박 대통령과 JP는 빈소 옆 내실에 들어가 비공개로 대화했다. JP의 딸 예리(64)씨만 내실에 배석했다. 박 대통령과 JP가 어떤 얘기를 나누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박 대통령이 내실에서 휠체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JP의 손을 꼭 잡은 채 위로했다"고 유족 측 한 관계자가 전했다. 약 8분 뒤 박 대통령이 내실에서 나왔고, JP는 건물 엘리베이터 앞까지 박 대통령을 배웅했다. 박 대통령은 "나오지 않으셔도 되는데…"라고 인사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박 대통령ㆍJP, 애증의 관계 풀리나
박 대통령과 JP의 관계는 최근 몇 년 간 부드러워진 상태였다. JP는 2012년 대선 때 박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고, 박 대통령은 이듬해 1월 미수(米壽)를 맞은 JP에 전화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새누리당 명예고문이었던 JP가 19대 총선이 임박한 2012년 2월 갑자기 탈당한 이후 자유선진당 입당설이 오르내리는 등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박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계기로 구원(舊怨)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주변 지인들이 전했다.
이전까지 박 대통령과 JP는 내내 껄끄러운 사이였다. JP는 박정희정부에서 한 때 2인자로 통했지만 박 전 대통령과 갈등 끝에 총리에서 경질되면서 박 대통령 집안과 멀어졌고 박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엔 더욱 소원해졌다. 박 대통령은 JP가 87년과 95년 신민주공화당과 자민련을 창당한 뒤 보낸 러브콜을 모두 거절했다. 98년 대서 달성군 보궐선거에서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에 당선된 박 대통령이 이듬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무총리이자 사촌 형부인 JP를 향해 송곳 질문을 한 일화는 유명하다. 수십 년을 거치며 켜켜이 쌓여 온 박 대통령과 JP 사이의 껄끄러운 감정이 박 대통령의 23일 조문을 계기로 완전히 누그러질 것인지 주목된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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